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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ulture

인도에서 불교가 완전히 사라진 이유

뮤직매니져 2022. 1. 26. 18:07

한 나라에서 종교가 통째로 사라진다는 것은 상상하기 어렵습니다.

로마의 온갖 박해를 받았던 기독교나, 조선 500년 간 유교의 억압을 받았던 우리의 불교만 봐도 알 수 있습니다. 심지어 미신이라고 수천 년간 욕을 먹어온 무속 신앙도 아직 살아 있습니다. 이렇듯 믿는 자를 죽일 수는 있어도 그 종교를 없앨 수는 없습니다.

더구나 180년간이나 뿌리내린 지배 종교라면 말할 것도 없습니다.

그러나 그 어려운 일이 인도에서 실제로 일어났습니다. 그것도 오늘날 세계 3대 종교 중 하나인 불교가 발상지에서 사라진 것입니다. 이게 어떻게 가능했을까요?

 

불교의 역사

불교는 기원 전 6세기, 인도의 한 작은 왕국의 왕자였던 싯다르타(Siddhartah)의 깨닮음에서 시작되었습니다.

당시 인도는 힌두교의 모태인 브라만교(Brahmanism)의 세상이었습니다. 불교는 혁명이었습니다. 브라만신의 천지창조는 물론 무엇보다 카스트 제도를 부정하는 인간평등 사상에 인도인들은 열광했습니다.

 

불교 인가가 늘어나면서 왕들과 귀족, 상인들이 후원에 나섰습니다. 특히 인도를 통일한 아쇼카(Ashoka) 왕 때 불교는 인도 전역은 물론 인근의 나라에까지 전파되면서 국제 종교가 되었습니다.

 

불교의 전성기 시절

이 때가 불교가 맞은 인도에서의 최전성기입니다.

하지만 불행히도 불교의 멸망은 이때부터 시작되었습니다. 우선 불교 교단이 너무 부자가 된 게 문제였습니다. 지배층의 넉넉한 후원으로 막대한 부를 축적한 승려들은 더 이상 탁발을 다니려 하지 않았습니다. 석가모니만 해도 열반을 들기 전 40년 간 전국 각 지역에서 설법을 하며 불교를 알렸습니다.

하지만 이제 게을러진 승려들은 안전한데다 먹을 것조차 넘치는 사원에서 나오지 않으려 했습니다. 불교를 민중에게 전파할 사람이 없게 된 것입니다. 대신 승려들은 사원에 틀어 박혀 온갖 형이상학적인 이론을 만들어냈습니다. 더구나 일반 민중들의 언어를 써야 한다는 석가모니의 가르침과 달리, 극히 일부 지식인들이나 아는 산스크리스트어로 경전을 만들고, 의식을 행했습니다.

 

그러니 일반 사람들은 불교를 도무지 이해할 수 없었습니다. 사실 불교는 처음부터 이럴 위험성이 있었습니다. 당시 민중들이 이해하기에 불교는 너무 철학적이고 학문적이었습니다. 존재에는 반드시 그것이 일어난 인연이 있다는 연기(緣起)나 불교의 핵심 교리인 사성제(四聖啼), 깨달음을 얻기 위한 수행법인 팔정도(八正道)등 불교의 가르침은 하나같이 지식인들이나 이해할 수 있는 것들이었습니다.

 

또한 깨달음을 얻기 위한 참선이나 고행 같은 불교 수행법 역시 하루 먹고 살기 바쁜 민초들이 할 수 있는 일이 아니었습니다. 그러니 불교는 처음부터 일반 대중의 접근이 어려운, 지식계급적인 한계가 있었습니다. 더욱이 불교는 관혼상제 같은 가정의식이나 종교 의례를 전혀 강제하지 않았기 때문에 인도인들의 일상에 뿌리내릴 수 없었습니다.

 

일반인으로선 사찰에 가지 않는 이상 불교를 접할 기회 자체가 없었던 셈입니다. 어쨌든 민초들은 불교의 어려운 이론보단 당장 눈에 보이는 신상을 모시고, 그 신에게 복을 비는 것이 훨씬 마음 편하고 쉬운 일이었습니다. 불교의 무소유 역시 당장의 생존을 위해 세속적 욕망을 가질 수밖에 없는 민초들과는 거리가 멀어도 한참 멀었습니다.

 

이러니 인도의 대중들은 계속 불교에서 등을 돌리고 이해하기 쉬운 힌두교로 속속 넘어갔습니다. 한편 한 때 불교에 밀려났던 브라만교는 대혁신에 나섰습니다. 7~8세기경부터 불교의 교리와 의식을 받아들여 우리가 익히 아는 힌두교로 탈바꿈한 것입니다. 힌두는 불교의 명상 수행법과 열반 개념을 가져갔고, 불교의 불살생(不殺生)도 받아들였습니다.

 

원래 브라만교는 다량의 소를 제물로 바치는 의식으로 악명 높았습니다. 하지만 "생명이 있는 것은 함부로 죽이지 않는다" 는 불교의 가르침을 힌두화하면서, 이게 더욱 확대돼 오늘 날 인도에서 소를 숭배까지 하게 된 것입니다.

힌두교는 한발 더 나아가 부처를 아예 흰두의 신으로 편입해 버렸습니다. 힌두 최고의 신 중 하나인 비슈누의 환생이란 것입니다.

 

불교의 위기

위기에 빠진 불교는 이 대목에서 대악수를 두었습니다.

인도에서 불교의 쇠퇴를 거론할 때 반드시 등장하는 소위 '불교의 힌두화' 입니다.

불교의 대해 힌두의 우위가 점차 뚜렷해지자 인도의 왕국들도 점차 불교에 대한 지원을 줄이기 시작했습니다. 카스트 제도와 윤회에 의한 운명론을 뼈대로 하는 힌두교가 불교보다 자신들의 통치에 훨씬 유리하다고 판단되었기 때문입니다. 왕족과 귀족의 후원에 의존하던 사원 경제는 급속히 악화될 수밖에 없었습니다.

 

상황이 다급해지자 불교는 신자들을 끌어 들이기 위해 힌두교를 대폭 받아 들였습니다. 불교는 힌두의 신들과 다를 바 없는 여러 보살을 만들어 신격화 한 다음 이들에게 소원을 빌도록 했습니다. 관세음보살상은 힌두신들처럼 팔이 여러 개 달리기도 했습니다.

 

석가모니 살아생전에 그토록 비판했던 주술주의와 신에게 복을 비는 기복신항이 불교에 도입된 것입니다. 이렇게 되자 9~10세기경부터 불교는 힌두교와 구분조차 할 수 없게 되었습니다. 불교의 정체성을 완전히 잃어버린 것입니다.

 

그 결과는 불교의 기대와 정반대로 나타났습니다. 신도가 늘기는커녕 오히려 불교인구의 이탈이 가속화되었습니다. 어차피 별 차이가 없으니 불교 신도들조차 사찰 대신 집에서 가까운 힌두신전을 찾게 된 것입니다. 그래서 오늘날에도 인도에서 불교는 힌두교의 아류나 지류 정도의 대접을 받고 있습니다.

위기의 불교에 결정타를 날린 이슬람교

이렇듯 총체적인 난국에 빠진 불교에 이슬람이 결정타를 날렸습니다.

7세기 아라비아 사막에서 시작된 이슬람은 아프가니스탄이 이슬람화 된 8세기부터 본격적으로 인도에 영향을 미치기 시작했습니다. 우선 이슬람의 출현으로 유럽으로 향하던 인도의 무역로가 모두 막히게 되었습니다. 이는 당연히 인도의 왕족과 상인들의 몰락을 가져왔습니다. 그들은 불교의 막대한 재정적 후원자들이었습니다.

 

다수의 신자가 아닌 한정된 지배층의 후원에 의존하던 불교가 졸지에 궁핍해지는 것은 뻔한 수순이었습니다. 이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불교가 힌두를 받아들일 수 밖에 없던 근본적인 원인이 바로 이슬람의 무역로 장악이었던 것입니다.

 

이후 이슬람은 끊임없이 인도를 침입해 크고 작은 왕국을 만들었습니다. 이 때마다 수없이 많은 불교사원이 파괴되고, 승려들이 살해되었습니다. 살아남은 승려들은 경전을 수레에 실어 대거 네팔과 티베트 등지로 탈출해 갔습니다. 앞에서 말씀드린 것처럼 이런다고 종교가 완전히 없어지진 않습니다.

 

불교의 완전한 몰락

하지만 인도에서 불교는 실제로 사라졌습니다. 이제 그 가장 중요한 요인만이 남았습니다. 아주 오랜 세월, 인도의 종교는 힌두교와 불교의 양자 대립구도였습니다. 인도에서 불교는 흰두의 카스트 제도를 부정하는 인간평등 사상 덕에 빠른 시간내에 거대 종교로 성장할 수 있었습니다.

7~8세기 이후 불교가 위축되면서도 그나마 세력을 유지했던 것은 불교가 형식상이나마 평등주의를 버리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즉, 불교의 존재 이유는 평등이라는 사회정치적 이데올로기였던 것입니다. 그런데 어느 날 이슬람이 불쑥 이 양자구도 사이에 끼어들었습니다. 그런데 불교와 이슬람은 묘하게도 공통점이 많았습니다.

 

상업세력이 기반이라는 것도 그렇고, 반카스트와 인간의 평등을 주장하는 것도 같았습니다. 그런데 다른 점도 있었습니다. 불교는 반카스트적인 평등주의를 실현할 힘이 없었던 반면, 이슬람은 이를 실천할 무력도 있었고, 경제력도 있었습니다. 그러니 이제 불교를 옹호할 아무 이유가 없게 된 것입니다.

 

불교를 대체할 종교 이슬람교의 급부상

즉, 이슬람은 인도에서 힌두에 대항할, 불교의 완벽한 대체재였습니다. 힌두와 불교의 대립구도가 힌두와 이슬람의 구도로 바뀐 것입니다. 이 바람에 인도에서 불교도들이 대거 이슬람으로 개종하는 일이 실제로 벌어졌습니다. 불교도가 가장 만았던 아프가니스탄, 파키스탄, 방글라데시가 모두 이 과정에서 이슬람의 땅이 되어버렸습니다.

물론 이슬람의 강압도 일부 있었고, 힌두교로 개종할 경우 불가촉 천민이 된다는 현실적인 이유도 있었지만 말입니다. 이렇게 해서 인도에서 불교는 13세기 초 거짓말처럼 완전히 사라지고 말았습니다. 거기엔 불교의 지식계급적인 한계와 불교의 힌두화란 그릇된 판단등 여러 요인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인도가 불교가 소멸된 가장 결정적인 이유는 불교가 인도사회에서 담당하던 역할을 이슬람에게 빼앗기면서 존재 이유 자체가 없어졌기 때문입니다.

 

아무리 역사가 오래된 종교라 할 지라도 올바른 정치 사회적인 역할을 못할 경우, 그 나라에서 도태될 수도 있음을 불교 발상지인 인도가 경고하고 있다고 해야 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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