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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의 황금기인 버블 경제와 일본의 잃어버린 30년 이야기입니다.

일본의 버블경제에 대해서는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의견이 자주 갈리는 문제라는 점과 대부분의 사람들이 입을 모아서 말하는 문제들로 버블 경제를 해석했다는 점을 미리 알려드립니다.

그럼 일본이 미국보다 찬란했던 시기 버블경제와 잃어버린 30년 시작해보겠습니다.

현재 세계에서 가장 잘 사는 나라는 누구에게 물어봐도 미국이라고 할 것입니다. 미국은 제2차 세계 대전 이후 엄청난 경제 성장을 이루는데 성공한 이후로 인류 역사 유례없는 강대국이 되었습니다. 국가 총생산부터 국방력까지 미국은 무엇 하나 빠지지 않고 1등을 달리는 중입니다.

 

그런데 약 30년 전 미국보다 잘 사는 나라가 우리 옆에 있었는데 바로 일본입니다.

일본이 미국보다 잘 살았다고 하면 다소 의아해 하실 수도 있겠지만 통계적으로 1980년대 일본은 엄청난 속도의 성장을 이뤄내면서 미국을 추월했습니다. 물론 그 이면에는 다소 구린내가 나는 곳들이 있기도 하지만..... 최대 호황기라 불리는 시기, 일본은 겉으로 보기에 정말 잘 사는 것처럼 보였지만 곧 황금기는 버블이라는 이름으로 바뀌어 다 터지기 시작했습니다.

 

일본은 어떻게 성장을 이루었고 왜 허망하게 터져버렸을까요?

1945년 제2차 세계 대전에서 패망한 일본은 6.25전쟁을 기점으로 다시 경제 성장을 이끌어갔습니다. 동시에 두 번에 걸친 오일 쇼크의 영향으로 일본의 도요타가 인기를 얻기 시작하면서 일본은 수출 강국으로 떠오르기 시작했죠. 이때 떠오른 일본의 기업들은 도요타부터 소니까지 이름만 들어도 알 수 있는 기업들이며 세계로 뻗어나간 기업들입니다.

 

일본 기업들은 미국에 비해 저렴한 가격과 괜찮은 품질을 바탕으로 수출을 통한 경제 성장을 이뤄냈고 1964년 도쿄 올림픽 개최와 OECD 가입으로 일본은 순식간에 선진국 반열에 오르게 되었죠.

 

반면에 미국의 상황은 많이 처참했습니다. 레이건의 레이거노믹스 정책으로 미국은 오일 쇼크로 받은 피해를 겨우 복구했으나 무역시장의 적자는 어쩔 수 가 없었죠. 일본 제품이 세계 시장에서 인기몰이를 하며 미국의 제품들, 특히 자동차가 경쟁력을 잃어가기 시작했습니다. 당연히 자국 제품이 경쟁에서 밀리는 모습을 본 미국의 입장에서는 일본이 곱게 보일 리가 없었죠.

1985년 미국은 이런 상황을 조정하고자 달러의 가치를 낮추고 독일과 일본 화폐의 가치를 높이기 위해서 플라자 합의를 감행했습니다. 플라자 합의로 달러는 점점 가치가 낮아졌고 엔화는 가치가 높아졌죠. 무역에서 파는 나라의 화폐의 가치가 높아지면 결과적으로 물건의 가격도 높아집니다.

 

일본의 플라자 합의 이후로 수출에서 경쟁력을 잃었죠. 이후에도 일본은 꾸준한 경제 성장률을 보여주기는 했으나 엔화의 가치가 낮다는 장점을 가지고 봤던 엄청난 수출 흑자는 없어졌습니다. 오히려 무역에서 손해가 생기기 시작했습니다.

 

거기다 일본 은행에는 돈이 쌓이기만 하고 돌지는 않는 현상이 생겼습니다. 돈이 돌아야 경제가 돌아가는데 그냥 은행 창고에만 있는 것이죠. 그래서 일본은 금융완화법을 시행하여 은행의 이자율과 대출 기준을 크게 낮추었습니다. 이자율과 대출 기준이 낮아지면서 기업들은 너도나도 대출을 받기 시작했고, 마치 얼어있던 일본 경제에 활기가 도는 것처럼 보였죠. 문제는 은행에서 나간 돈들이 대부분 주식과 부동산으로 몰렸다는 것인데 상황이야 어찌되었든 일본의 경제는 황금기를 맞이했습니다.

 

기업들도 돈을 벌기 시작했고 사람들은 유례없던 호황을 마음껏 즐겼습니다. 지금은 버블경제라고 불리는 일본 황금기의 시작이었습니다. 당시 일본의 호황은 가히 상상을 뛰어 넘었습니다. 세계에서 시가총액 50위 안에 들어가는 기업 중 33개가 일본 기업이었고, 10대 기업 안에도 일본 기업 8개가 올라갈 정도였죠.

심지어는 시가총액 1위를 달성한 기업은 일본의 은행 NTT였습니다. 기업 뿐만 아니라 전세계 억만장자 중 70%에 해당하는 사람들이 일본인들이었죠. 굳이 통계를 보지 않더라도 당시 일본이 얼마나 호황기를 맞이했는지 80년대 중후반 일본의 풍경만 봐도 알 수 있는데요. 낮에는 사람들이 북적거리는 거리에서 모두가 여유롭게 쇼핑을 하거나 버스킹을 구경하고 밤이 되면 화려한 네온 사인이 번쩍이는 거리로 젊은 이들이 쏟아져 나와 자유를 만끽했습니다.

 

사람들은 자유롭게 돈을 쓰고 도시는 급속도로 발전했습니다. 요즘은 유지비용이 너무 많이 들어서 거의 사용하지 않는 초대형 스크린도 당시 일본은 건물마다 걸려있었습니다. 일본의 도로는 높은 자가용 보급률을 과시하듯 잘 닦인 도로 위를 수백 대의 차들이 달리고 있었고 실업률은 거의 제로, 오히려 일자리가 넘쳐나서 기업들은 직원을 데려오기 위해 안간힘을 쓸 정도였죠.

이 시기 일본의 풍요를 아주 잘 보여주는 것으로 시티팝이라는 음악 장르도 있습니다. 아직도 꽤 매니아층이 두터운 장르이죠. 멜로디도 낭만적이며 따뜻한 도시의 느낌을 내고 가사도 클럽이나 술집등이 떠오르는 도시적인 가사들로 이루어진 곡들입니다.

 

낭만적인 호황이 끝까지 이어졌다면 참 좋았겠지만, 아쉽게도 일본의 호황은 그리 오래가지 못했습니다. 이면에 숨은 문제들은 외면한 채 모두가 호황을 즐기는 사이 문제점들은 곪아 터지기 시작합니다.

앞에서 세계 시가총액 50위에 드는 기업들 중에서 33개의 기업이 일본 기업이라고 말했는데, 순위 안에 들었던 일본의 기업들은 NTT와 같은 은행이었습니다. 현재 시가총액 순위에서 선두를 달리는 기업들이 테크 기업이나 제조사라는 점을 미루어 보면 어딘가 이상한 모습이죠.

 

이것이 바로 일본 경제의 문제점이었습니다.

당시 일본의 기업들은 실질적인 비지니스 모델로 돈을 벌어들인 것이 아닌 주식과 부동산 투기로만 돈을 벌어들인 것이죠. 거품은 터지기 시작합니다.

1990년 1월 1일 도저히 정상적이라고는 믿기지 않는 금액으로 주식 시장이 마무리된 이후 다음날부터 주식은 폭락을 거듭하기 시작하죠. 잃어버린 30년의 시작이었습니다. 6년간 폭등하던 일본의 주식과 부동산은 1990년부터 떨어지기 시작했고 순식간에 1500조엔이 사라졌죠. 한화로 따지면 1경 6500조원이 하루 아침에 휴지 조각으로 변한 것입니다.

 

일본 사회는 충격에 빠졌습니다. 당시 일본 국민들은 아무도 자신들이 누리고 있는 호황이 거품이라는 사실을 알지 못했으니 말이죠. 주식의 폭락으로 시작된 일본의 버블붕괴는 일본 사회 이면에 깔려있던 문제들까지 연쇄적으로 터트립니다. 폭락하는 주식에 먼저 반응한 것은 기업과 은행이었죠. 저금리 정책으로 대출이 자유로워진 일본의 기업들은 무작정 대출을 받아 투기를 통해 돈을 벌었고 이 과정에서 은행들도 돈이 순환되면서 경제가 돌아갔었는데, 자본의 붕괴와 함께 투기가 막히면서 기업과 은행은 돈을 벌 방법이 사라졌습니다.

 

갑작스럽게 폭락하는 부동산과 주식 때문에 거액을 투자한 기업들과 은행이 줄줄이 문을 닫았죠. 기업이 문을 닫으니 당연히 실직률은 늘어갔고, 피해는 고스란히 시민들에게까지 전해졌습니다. 실업률도 급격히 높아지기 시작했습니다. 일본의 시민들 역시 대 투기 시대의 시작과 함께 너도나도 투기판에 발을 들였기 때문에 피해를 고스란히 받았고 하루 아침에 공중으로 분해된 투자금과 함께 높아지는 실직률로 지출이 급격하게 줄어들었습니다.

 

사람들이 돈을 안 쓰니 기업들은 더욱 힘들어졌습니다. 힘들어진 기업은 직원수를 줄였고 실업률은 늘어만 갔죠. 일본의 경제는 이런 악순환을 반복하며 10년 동안 0%의 경제 성장률을 기록하게 됩니다. 물론 경제가 폭망하는 과정 사이에서도 IT붐과 같이 아주 잠깐의 반등은 있었지만 폐허가 된 일본의 경제를 살리기는 어려웠죠.

 

낭만과 여유가 넘치던 일본 도시의 거리는 한 순간에 지옥으로 변했습니다. 값비싼 옷을 입고 여유롭게 쇼핑을 즐기던 사람들은 후줄근한 차림으로 취한채 거리를 활보했고 하루도 꺼지는 날 없이 밤 거리를 비추던 네온사인은 싸늘하게 꺼져있었죠. 자동차들은 버려진 것처럼 거리에 널브러져 있으며, 거리와 공원을 가득 채운 건 아이들이 아닌 노숙자들이었습니다.

 

장기간 경제 불황이 이어지면서 취직이 하늘에 별따기가 되자, 일본의 청년들은 어두운 길로 빠지기도 합니다. 일명 블랙기업이라 불리는 곳으로 빠지게 되는 것이지요. 취업난 속에서 너무도 절실했던 청년들은 블랙기업에게 착취당하다가 처절하게 벼려지길 반복합니다. 블랙기업은 일본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는 청년들이 늘어난 이유이기도 하죠. 사실 블랙기업은 일본만의 문제가 아닙니다. 사회를 좀먹는 블랙기업은 우리나라에도 무수하게 많이 존재하며, 아무리 뽑아내려 해도 살아남아 여전히 사회를 좀먹는 중이죠. 예를 들면 보이스피싱 같은.....

 

오늘은 일본의 버블 경제에 대해 이야기 했지만 이야기 중간중간 한국에서 현재 나타나는 현상과 흡사한 내용들이 너무 많아 저도 깜짝 놀라고 있습니다. 점점 한국도 이런 악화현상은 더욱 심화 될 것으로 보이며 2022년 1월 1일부터 아마도 한국의 헬게이트는 이미 열렸는지도 모르겠습니다.

 

몇 십년이 지났음에도 일본은 아직 이때의 충격에서 헤어나오지 못하는 것처럼 보입니다. 2010년 아베 총리가 집권한 이후부터 일본의 경제는 조금씩이라도 꾸준히 오르는 중이긴 하지만 10년동안 멈춰있던 경제 성장률과 하루 아침에 폭망한 사람들이 받은 충격을 깔끔하게 치료하긴 힘들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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