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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50년 6월 25일, 한반도에 한국전쟁이 터졌습니다.

그로부터 3개월이 조금 지난 1950년 10월 7일, 중공군이 티베트를 침공했습니다. 10월 7일이면 서울을 수복한 UN군이 3.8선 위로 막 북진을 하려던 때였습니다. UN을 비롯한 세계의 이목이 모두 한반도에 쏠려 있었습니다. 모택동은 미국을 포함한 서방에 티베트에 신경 쓸 여력이 없는 이 때를 노렸습니다. 티베트는 UN에 침공의 부당성을 호소했지만 아무 소용이 없었습니다. 모택동의 계산대로였습니다.

티베트의 정신적인 지주인 달라이라마가 나중에 회고록에서 "전 세계가 한국에 집중하느라 비슷하게 공산 침략을 당한 우리에겐 아무도 관심을 두지 않았다" 고 한탄했습니다. 이렇게 티베트와 한국은 운명이 엇갈렸습니다.

 

당시 티베트의 병력은 8천여 명에 불과했습니다. 중국은 일본 및 국민당군과의 전쟁에서 산전수전 다 겪은 정예병 4만 명을 보냈습니다. 처음부터 상대가 되지 않는 싸움이었습니다. 사실상 이때부터 티베트는 중국의 일부가 되어 지금까지 자치구를 이루며 살고 있습니다. 티베트인들은 나라를 빼앗겼다지만 정작 중국인들은 조금도 그렇게 생각하지 않습니다.

 

중국의 주장에 의하면 티베트는 대대로 중국의 책봉을 받았고, 조공도 바쳤으니 단 한 번도 진정한 독립국이 아니었습니다. 18세기 초 청나라가 점령하면서 티베트는 확실한 중국의 영도가 되었습니다. 그런데 20세기 들어 청이 멸망하고, 서구 열강과 일본이 침공하는 혼란한 틈을 타 중국의 여러 지역이 독립을 선언하며 분열되었습니다. 티베트도 그 중 하나입니다.

 

그러니 중국을 새로 통합한 공산정권이 티베트를 탈환하는 것은 외국 땅의 탈취가 아니라 당연한 국내 질서의 회복이라는 것입니다. 이런 제국주의적인 주장은 더 알아볼 가치도 없으니 현재의 중국인들이 티베트에 대해 어떤 인식을 하고 있는지 정도만 이해하고 넘어가도록 합니다.

 

티베트는 얼핏 보면 산밖에 없는 나라처럼 보입니다. 그럴 만도 한 것이 티베트에는 8천m 이상 봉우리가 5곳, 7천m 이상은 70여 곳, 6천m 이상은 그냥 발에 치일 정도로 많습니다. 평균고도가 4000m이니 동네 뒷산의 높이가 이 정도라고 보면 되겠습니다. 중국에선 티베트를 예전엔 토번이라 불렀고 오늘날에는 서장이라 부릅니다.

 

서장은 '서쪽의 숨겨진 보물' 이란 뜻입니다.

고산층으로 숨도 쉬기 어려운 이 땅에 어떤 보물이 숨어 있기에 모택동은 중화인민공화국 수립 1년 만에 그렇게 서둘러 점령해 버린 것일까요? 그리고 오늘날 국제사회의 온갖 비난에도 티베트를 왜 절대 포기 못하는 걸까요?

 

첫재 이유는 티베트가 가진 군사전략적 가치 때문입니다.

중국의 입장에서 아시아 패권을 다툴 가장 잠재적인 경쟁자는 인도입니다. 인도는 국도 크기로 보나 인구로 보나 절대 무시할 수 없는 나라입니다. 티베트가 독립국가로 남을 경우 역사적으로나, 문화적으로나 친 중국이 아닌 친 인도 국가가 될 게 뻔합니다. 달라이라마가 이끄는 티베트 임시 정부가 인도에 있다는 점은 중국의 이런 의심을 더욱 확고하게 만들었습니다.

이 정도만 해도 중국에 불리한데 만약 인도가 티베트를 먼저 선점해 버린다면 중국에겐 정말 끔찍한 일입니다. 그렇게 되면 중국의 심장부인 사천과 운남성은 곧바로 인도와 국경을 맞대야 합니다. 여기에 미국이 미사일 기지라도 들어선다면 그건 중국으로써 최악의 상황이 됩니다. 모택동은 이런 전개를 꿰뚫어 본 듯합니다. 인도와의 완충지, 이게 중국이 생각하는 티베트가 갖는 보물로의 첫 번째 가치입니다.

중국은 안보 상의 불안 때문에라도 절대 티베트를 포기하지 않을 것입니다.

 

둘째 이유는 지정학적 가치입니다.

티베트가 갖는 지정학적 가치는 군사전략적 가치보다 더 근원적이고 장기적으로 중국에게 더 중요합니다. 현재 중국의 영토 경계는 거의 대부분 청나라 때 만들어졌습니다. 만주족의 고향인 동북지역, 내몽골과 신장 위구르, 티베트 자치구가 모두 청나라 때 중국에 통합되었습니다.

 

중국에서 흔히 말하는 '하나의 중국' 이라는 정책은 청나라 때 만들어진 이 땅과 이 경계선만큼은 어떤 희생을 치르더라도 지키겠다는 것입니다. 왜 이게 중요할까요?

 

그건 이 지역들이 자연적인 만리장성과 거대한 완충지 역할을 동시에 해주기 때문입니다.

동북지역과 내몽골은 북에서 내려오는 러시아와의 완충지입니다. 러시아가 중국에 대군을 들이려면 동토의 땅인 시베리아와 몽골의 사막을 동시에 건너야 합니다. 대군의 운용이 결코 쉽지도 않으데다 이동 상황도 한 눈에 들여다 볼 수 있는 평지뿐이니, 동북지역과 내몽골을 갖는 게 중국에 얼마나 유리한지 금방 알 수 있습니다.

 

신장 위구르 자치구는 서쪽에서 들어올 이슬람 세력과의 직접적인 충돌 위험을 줄여줄 거대 완충지입니다. 서쪽에서 대군이 중국 땅에 들어올려면 텐산산맥, 파미루 고원, 힌두쿠시 산맥, 쿤룬 산맥 등, 이 엄청난 고지대를 넘어야 합니다. 천혜의 요새지요.

티베트는 어떨까요?

티베트는 인도와의 완충지인 것은 물론 그 남쪽에 세계의 지붕인 히말라야가 있습니다. 파키스탄에서부터 미얀마까지 길게 이어진 히말라야는 그야말로 중국을 든든히 지켜주는 난공불락의 벽입니다.

티베트를 갖지 못한다면 이 벽은 오히려 중국에게 불리하게 작용할 것입니다.

중국의 남쪽은 미얀마, 라오스, 베트남으로 이어지는 거대한 밀림입니다. 산 역시 만만치 않은 높이입니다. 때문에 이곳 역시 대군이 통과하기엔 온갖 악조건을 갖추었습니다. 암튼 이런 지정학적인 이유로 중국은 국제적인 비난과 국내적인 갈등에도 불구하고 필사적으로 내몽골, 신장, 티베트를 지키려는 것입니다.

 

이제 남은 한 곳은 동쪽의 바다입니다. 사실 중국은 그간 늘 해군을 등한시 했왔습니다. 오랜 세월 아시아권에선 적수가 없었기 때문에 딱히 바다를 지킬 필요가 없었기 때문입니다. 그 탓에 중국은 청나라 말에 유럽과 일본의 해군에 의해 그 대가를 치렀지요. 최근 중국이 해군력을 키우는데 집중하는 건 천혜의 만리장성이 없는 바다가 유일한 약점이라는 걸 익히 알고 있기 때문입니다.

 

셋째 이유는 영토적인 가치입니다.

현재 티베트 자치구는 전체 중국 면적의 8분의 1에 해당할 만큼 엄청나게 큽니다. 그런데 이게 다가 아닙니다. 중국은 티베트를 점령한 후 그 일부를 떼어 내 청해성, 사천성, 운남성 등에 갖다 붙혔습니다. 티베트 자치구가 독립한다면 이 지역들 역시 당연히 가만있지 않을 것입니다.

 

이를 대장구라고 하는데 모두 합치면 티베트 면적은 중국의 4분의 2이나 됩니다. 중국은 지역에 이미 많은 투자를 했습니다. 그리고 수많은 한족들이 지역의 상권을 차지하고 있습니다. 중국 정부도 과잉 인구를 분산시키기 위해 인구가 희박한 티베트로 한족의 이주를 적극 권장하고 있는 중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티베트의 독립을 허용한다면 아마 공산 정권도 함께 몰락하고 것입니다.

 

넷째 이유는 도미노 현상에 대한 현실적인 우려입니다.

중국은 1991 유고슬라비아와 소련의 연달은 해체 과정을 익히 알고 있습니다. 중국이 가장 두려워하는 바로 부분입니다. 티베트는 역사적으로도, 민족적으로도, 종교적으로도 중국에 동화되기 가장 어려운 지역입니다. 신장 위구르 자치구도 비슷합니다.

 

그래서 곳이 중국의 가장 약한연결고리라는 것을 국제문제에 밝은 사람들은 모두 압니다. 티베트가 독립하면 다음 차례는 신장위구루가 것이 분명합니다. 그리고 이는 도미노처럼 퍼져 내몽골과 50여개의 소수민족으로 확산될 것입니다. , 티베트는중국 해체 뇌관이 가능성이 가장 곳입니다. 중국이 티베트를 절대 포기하지 못하는 가장 현실적인 이유입니다.

 

마지막으로는 문제가 있습니다.

티베트는 아시아의 식수탑이라고 불리는 나라입니다. 세계적으로 유명한 강들의 수원지가 티베트에 있습니다. 우선 중국의 양대 하천인 황하와 장강이 티베트에서 시작됩니다. 중국으로선 강의 통제권을 티베트나 인도가 갖는다는 것은 상상도 하기 싫을 것입니다.

 

동남아에서 가장 중요한 매콩강, 인도에서 가장 중요한 갠지스강, 파키스탄에서 가장 중요한 인더스강도 티베트가 발원지입니다. 티베트에서 발원한 유역에서 사는 사람만 20 이상이 것으로 추산되고 있습니다.

 

현재 히말라야는 만년설과 빙하가 급속도로 녹고 있는 중입니다. 수십 내로 발원지의 물이 마를지 모른다고 환경학자들은 걱정하고 있습니다. 때가 되면 아시아 각국의 목숨이 중국에 달려 있게 것입니다. 그래서 문제는 가장 중요한 티베트의 미래 가치이기도 합니다.

 

세계는 티베트 문제를 단순한 인권 문제로 바라보는 경향이 있습니다. 하지만 앞에서 살펴본 것처럼 중국에 티베트는 국가의 안위와 공산 정권의 운명이 걸려 있는 아킬레스 같은 존재입니다. 그러니 중국이 티베트를 자발적으로 포기하는 일은 결코 없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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