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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에 비해 일본인들의 체격이 왜소하다는 것은 그냥 한눈에 알 수 있습니다.
굳이 키나 체중을 재볼 필요도 없습니다. 다만 이게 지금이 아니라 과거에도 그랬는지를 알아보려면 기록이 필요합니다. 그런데 그 기록이 꽤 많습니다.
16세기말 임진왜란 당시 정찰에 나선 한 조선군은 왜군 병사들의 작은 체격과 함께 식사량이 아군의 3분의 1 밖에 안 된다는 것에 많이 놀랐습니다. 이건 일본인 스스로도 인정하는 바입니다.
18세기 후반 하야시 시헤이가 지은 삼국통람도설이라는 정치지리서를 보면 "조선인은 체격이 커서 힘도 세고, 밥도 일본인인보다 2배를 먹는다." 라고 되어 있습니다.
이 에도 시대 일본인들의 평균 키는 남자가 150cm대 중반, 여성은 140cm대 중반이었습니다. 이에 비해 조선인들은 6cm정도가 더 컸습니다.
제3자인 서양인들의 눈을 빌려 봐도 마찬가지입니다. 이 분야라면 이사벨라 버드 비숍(Isabella bird Bishop)여사 말이 가장 유명합니다.
1894년 조선 땅을 처음 밟은 그녀는 당시 영국에서 베스트셀러에 올랐던 '조선과 그 이웃나라들' 이란 책에서 "한국인들은 중국인이나 일본인들보다 잘 생겼다. 체격도 일본인보다 훨씬 크다. 남자들은 힘이 세어서 짐꾼을 보통 45kg의 짐을 들었다." 고 썼습니다.
그럼 최근의 조사는 어떨까요?
여러 연구가 있지만 높은 신뢰를 받는, 2016년 영국의 임패리얼 칼리지 런던의 데이터를 기준으로 살펴보았습니다.
이 연구는 세계 200개국을 대상으로 남녀의 평균 신장이 1914년을 기준으로 2014년까지 1백년 간 어떻게 달라졌는지를 조사했습니다. 결과 한국 남성은 159.8cm에서 174.9cm로 15.1cm 커졌습니다. 이는 세계 3번째로 큰 쪽이고, 전체 순위는 세계 151위에서 51위가 되었습니다. 이 조사에 의하면 한국 남성은 아시아에서 키가 가장 큽니다.
한국 여성의 성장률은 더 놀라워 142.2cm에서 162.3cm가 되었습니다. 무려 20.1cm가 커져 성장 폭 세계 1위입니다. 196위에서 55위로 수직상승했죠.
반면 일본남자는 156.2cm에서 170.8cm가 되었습니다. 세계 187위에서 102위로 일본 역시 대폭 상승했지만 평균 이하입니다. 여자는 142.3cm에서 158.3cm로 195위에서 112위가 되었습니다.
어쨌든 한국은 일제 후반과 6.25 전쟁 등 극단적으로 영양 공급이 부실했던 시기에 성장한 세대를 제외하곤 역사 전체를 통틀어 일본인보다 키도 크고 체중도 더 나간 것은 확실합니다.
이쯤에서 이제 본론으로 들어가 왜 일본인들은 체격이 왜소한 지를 알아봅니다.
우선은 인종적인 요인부터 꼽지 않을 수 없습니다.
추운 지방일수록 사람도 크고 동물도 큽니다. 이를 '베르그만의 법칙' 이라고 하는데 키 순위의 상위권 국가들은 네덜란드, 덴마크, 노르웨이 등이 모두 북쪽에 있는 국가들인 것만 봐도 알 수 있습니다. 이는 추운 지역에선 키와 덩치가 클수록 체온 유지에 유리하기 때문입니다.
반대로 더운 지방은 체구가 작을수록 유리한데, 모두 자연선택에 의해 환경에 적합한 유전인자가 진화한 결과죠. 어쨌든 시베리아의 혹독한 추위 속에서 진화한 북방계가 한반도와 일본으로 내려오면서 남방계 인종과 뒤섞이게 됩니다.
그런데 아무래도 받로 막힌 일본보단 우리 땅에 북방계가 훨씬 더 많이 오게 되었죠. 논란이 있긴 하지만 그래서 우리는 거의 대부분이 북방계의 인종이 되었고 일본은들은 뼈대가 가늘고, 키가 작은 남방계의 피가 절반은 남아있다고 보고 있습니다. 이 때문에 일본인들은 아무리 잘 먹어도 덩치를 키우는 것에 한계가 있는 것입니다. 인종적인 한계가 있다면 잘 먹어서 후천적으로라도 보충해야 하는데 그러지도 못했습니다.
특히 너무나 오랫동안 고기를 먹지 않은 게 치명적입니다.
일본인들은 무려 1천2백 년 동안이나 육식을 금지해왔습니다. 675년 덴무 일왕이 불교의 영햘을 받아 가축을 먹지 못하게 한 이후부터입니다.
그리고 1868년의 메이지 유신 때까지 "부정 탄다" 며 일본인들은 약용 외엔 거의 고기를 먹지 않았습니다. 물론 생선을 먹긴 했지만 키 크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하는 고기의 동물성 단백질을 결코 대신할 순 없었죠.
육식 금지는 또 다른 부작용을 낳았는데 일본인들에게 유난히 많은 덧니입니다. 너무나 오랫동안 질긴 고기 대신 생선과 채소 등 부드러운 음식만 먹다보니 턱 근육이 점점 퇴화되어 갔습니다.
턱 크기는 작아지는데 이는 그대로이니 치열이 아주 엉망이 되어 버린 것이죠. 더구나 일본에선 덧니가 귀업다는 인식이 강해서 한 때 여성들 간에 일부러 덧니를 만드는 성형이 유행하기도 했습니다. 그러니 덧니가 더 심해졌죠.
메이지 유신을 추진하면서 일본 지배층들은 서양인들의 체격에 상당한 충격을 받았습니다. 서양인과 일본인이 함께 서면 마치 어른과 아이 같았으니까요. 그리고 이 모든 건 고기를 안 먹은 탓이라고 판단하고, 졸지에 일본 왕이 직접 앞장 서 '고기 먹기 운동' 을 벌였습니다. "고기를 먹지 않으면 문명인이 아니다" 이게 당시의 슬로건이었습니다.
이에 대한 사회적 반발이 무척 심했습니다. "고기를 먹으라"는 명령을 내린 일왕을 암살하기 위해 10명의 자객이 궁으로 난입하기도 했습니다. 그 이유는 "고기를 먹으면 일본의 정신이 더럽혀져서 신들이 살 곳이 없어지게 된다." 는 것입니다.
1천년 이상 먹지 않던 고기를 갑자기 의무적으로 먹으라고 하니, 백성들의 고충도 이만저만이 아니었습니다. 무엇보다 고기 비린내를 견뎌내지 못했습니다. 그러니 어떡하든 고기를 먹게 하기 위한 새로운 음식을 개발해야 했습니다. 그게 스키야키와 샤브샤브입니다.
가장 중요한 건 고기에 대한 거부감을 줄이는 것입니다. 그래서 스테이크 같은 고기 덩어리 대신 최대한 얇게 슬라이스했습니다. 그리고 일본인들에게 익숙한 간장과 된장, 설탕으로 국물을 만드록 고기를 채소와 함께 먹게 했습니다. 일본인들이 오래 먹어온 국물 요리에 생선 대신 고기를 넣은 것입니다.
일본인들은 여기에 한 가지 장치를 더했습니다.
바로 고기를 날계란에 찍어 먹게 한 것이죠. 고기의 비린내를 거부감이 덜한 계란의 비린내로 대체한 것입니다. 이런 요리의 결정판은 돈가스입니다. 일본식 돈가스는 프랑스 요리인 코틀레트에서 가져왔습니다. 입자가 고운 빵가루를 쓰는 코틀레트와 달리 일본식 돈가스는 두툼한 빵가루를 쓰죠.
왜 그랬을까요?
그건 아예 고기임을 감추기 위한 것입니다. 그리고 포크와 나이프 대신 일본인들에게 익숙한 젓가락으로 집어 먹을 수 있도록 잘게 잘랐습니다. 역사적으로 일본인들은 고기를 먹지 못하게 되면서 더욱 탄수화물 위주의 식사를 하게 되었습니다. 그건 말할 것도 잆이 쌀밥 위주의 식사입니다.
일본은 북해도 지역을 빼고는 대부분 쌀농사가 가능한 땅입니다.
일본인들이 흔히 먹는 텐동, 규동 등 덥밥류도 당연히 밥 위주입니다. 여러 반찬과 함께 먹는 것에 익숙한 우리에겐 밥을 덮고 있는 튀김이나 고기가 너무 적게 느껴집니다. 거기에 아무 반찬도 없이 밥에 가루를 뿌려 먹는 후리카케도 쌀밥에 녹차를 부어 먹는 오차즈케도 우동도 , 라멘도 온통 탄수화물 천지입니다.
반면 우리는 반찬 위주이죠. 밥을 다 먹어도 반찬이 늘 남을 지경이니까요. 그만큼 우리 식단이 일본보다 영양 공급이 다양하다는 뜻입니다. 호사카 유지 세종대 교수는 일본인들의 체격이 왜소한 이유로 단 음식을 꼽았습니다.
우리처럼 맵게라도 먹으면 그 때문에 밥이라도 더 많이 먹을 텐데, 일본 음식은 대부분 달아서 자꾸만 소식하게 만든다는 것이죠. 소식을 하다보니 충분한 영양 공급이 안되는 것이구요. 게다가 짜게 먹는 것도 문제입니다. 나트륨은 키 성장은 물론 뼈를 튼튼하게 해주는 칼슘을 배출시키죠. 그리고 당분은 성장 호르몬의 분비를 억제합니다.
달고 짠 데다 탄수화물을 중심으로 한 식습관은 또 다른 부작용을 가져왔습니다. 일본의 '국민병' 이라고 하는 당뇨입니다.
일본인들은 1억 2천만 인구 중 2천만 명 이상이 당뇨병 환자입니다. 그 외에도 일본 보건성이 얘기하는 무릎을 꿇고 앉는 문화, 하버드 연구팀의 '바닷가에 거주하는 환경 영향설' 등이 있지만 그렇게 결정적ㅇ니 요인은 아닌 것 같습니다.
3가지 요인을 다시 정리하면 첫째는 인종적 한계, 둘째는 육식금지로 인한 단백질 부족, 셋째는 키 크는데 방해가 되는 달고 짠 탄수화물 식단이라고 하겠습니다.
마지막으로 많은 사람들이 잘못 알고 있는 한자 왜(倭)의 의미를 짚고 마무리 하겠습니다.
일본의 옛 명칭인 왜국(倭國)이나 일본인을 비하해서 부르는 왜놈에서 보듯, 우린 보통 왜가 '왜소하다'는 뜻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일본을 뜻하는 倭의 한자는 사람인(人)을 부수로 쓰자만, '왜소하다'는 뜻을 가진 난쟁이 왜(矮)는 이렇게 화살시(矢)를 부수로 가진 다른 한자입니다.
왜국이라는 명칭을 처음 사용한 건 중국인데, '설문해자' 같은 옛 사전에서도 '왜'는 '순종적' 이라는 뜻을 가질 뿐 '왜소하다' 는 뜻은 없다고 합니다. 결국 이는 비슷하게 생긴 한자로 인한 오역인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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