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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ulture

스타벅스가 호주에서 개박살 난 썰

뮤직매니져 2022. 12. 28. 09:32

스타벅스가 호주에서 개박살 난 썰

우리나라에 부동산 불패가 있다면 커피업계엔 스타벅스 불패가 있습니다. 그만큼 스타벅스는 전 세계에서 거대한 성공을 거두어 왔습니다. 1971년 미국 시애틀에서 시작된 스타벅스는 올해 현재 약 80개 국가에 3만 4천 개 이상의 매장이 있습니다.

 

우리나라만 해도 1,600개 이상의 매장으로 세계에서 4번째로 많습니다. 그렇다고 스타벅스가 모든 시장에서 성공한 것은 아닙니다. 전 세계에서 딱 한군데, 호주에서만큼은 참패했습니다.

 

약 1천4백억 원의 적자를 감당할 수 없었던 호주 스타벅스는 2008년 70%에 달하는 매장을 한꺼번에 폐쇄했습니다. 무엇이 잘못된 걸까요?

 

스타벅스는 1996년 일본 동경을 시작으로 본격적인 해외 진출에 나섰습니다. 이어 영국, 한국으로 확장했고, 심지어 스타벅스에 적대적인 ‘차의 나라’ 중국에서조차 대성공을 거두었습니다. 그러자 무서운 적이 찾아왔습니다. 바로 자만심입니다.

 

사실 스타벅스는 2000년 7월 시드니에 1호점을 내면서 호주에서의 커피 사업은 ‘땅 짚고 헤엄치기’일 것으로 기대했습니다. 호주는 인구의 75%가 매일 3~4잔의 커피를 마시는 나라였습니다. 커피 매출이 연간 약 60억 달러로 세계 커피 시장의 8%에 달하는 탑급의 시장이었죠.

 

게다가 커피 체인점 중에선 Dunkin Donuts와 Gloria Jeans를 제외하곤 별다른 경쟁자도 없었습니다. 커피의 불모지에서도 대성공을 거두었는데 커피 문화의 기반이 다 닦인 호주에서 실패한다는 건 상상도 할 수 없었습니다.

 

그래서 처음부터 공격적인 확장에 나섰습니다. 도심에 오픈한 매장이 자리 잡기도 전에 교외에도 연달아 체인점을 열었죠. 하지만 호주는 시드니와 멜버른, 브리즈번 정도를 제외하곤 유동인구가 많은 나라가 아닙니다. 누가 봐도 시장성에 비해 욕심이 과했지만, 스타벅스는 조금도 개의치 않았습니다.

대개 해외 진출은 시장 조사를 먼저 철저히 하고, 이어 2~3개 정도만의 매장을 열어 현지 반응을 보아가며 전략을 수정하는 과정을 거칩니다. 하지만 스타벅스는 이를 모두 생략하고 미국에서 성공한 모델을 그대로 호주에 적용하려고 하였습니다.

 

그리고 7년간 87개의 매장을 열며 최대한 빠르게 커피 시장을 점유하려고 하였죠. 스타벅스의 성공 모델을 요약하면 “맛있는 커피를, 편안한 공간에서, 도시에서 전문직인 여피족에게 제공한다”입니다.

 

스타벅스가 들어서기 전 미국의 커피는 대부분 브라질에서 재배한 로부스타 품종이었습니다. 재배는 쉽지만 맛은 떨어지는 커피죠. 아라비카 품종이 더 맛있다는 건 모두 알지만 워낙 생산이 불규칙해 사업 위험이 무척 컸습니다. 하지만 스타벅스는 이를 과감히 도입해 ‘맛있는 커피’라는 브랜드를 만들 수 있었습니다.

 

스타벅스가 들어서기 전 미국의 커피점은 그닥 편안한 공간은 아니었습니다. 스타벅스는 친구들이 모여 집만큼이나 안락한 공간에서 오랫동안 휴식을 취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들고 싶었습니다. 이런 공간이 미국에서 먹혀들은 거죠.

 

사실 맛있는 커피와 편안한 공간이라는 건 커피값이 비싸다는 걸 의미합니다. 이 가치를 알만한 사람은 우선 전문직과 도심의 회사원들이죠. 그래서 스타벅스는 한 도시에서 차근차근 점포를 늘려나가는 것이 아니라 각기 다른 대도시의 도심에 우선적으로 진출했습니다.

 

스타벅스의 이 세 가지 핵심전략은 미국뿐 아니라 다른 나라에서도 잘 통했습니다. 이 당시 스타벅스가 대성공을 거둔 중국, 일본, 한국 등은 미국보다 커피 문화가 낮다는 공통점이 있었습니다. 유럽에서 가장 성공한 영국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커피보단 홍차 문화가 더 강했던 곳이죠.

그런데 만능 열쇠처럼 보였던 이 핵심 성공 전략이 호주에선 씨알도 먹히지 않았습니다. 한마디로 도시 골목마다 자리한 6,500개의 작은 카페들이 스타벅스보다 수준이 높았기 때문입니다. 호주의 커피 문화를 만든 사람은 1900년대 중반에 이민 온 이탈리아와 그리스 사람들입니다.

 

이들은 이때부터 갓 갈아낸 커피 원두로 프리미엄 품질의 커피를 만들었습니다. 그것도 단골손님들의 취향에 맞는 맞춤형 커피였죠. 그래서 호주인들은 이탈리아처럼 에스프레소 같은 하드한 커피 맛을 좋아했습니다. 이를 기반으로, 진한 라떼인 플랫 화이트라는 호주의 국민 커피를 만들어냈죠.

 

이런 전통이 벌써 100년 이상 자리 잡은 곳이 호주입니다. 그런데 스타벅스는 이를 경시하고, 미국인의 입맛에 맞는 카푸치노 캐러멜 마키아토 등의 혼합 커피를 주력으로 내세웠습니다. 호주 사람들의 취향과는 너무나 달랐죠.

 

더구나 이 커피들은 에스프레소를 즐기는 호주인들에게는 너무나 달았습니다. 같은 영어권 국가인 호주인들도 미국인들처럼 단 음료를 좋아할 것이라고 너무 쉽게 단정해 버린 것입니다. 더 최악인 건 가격마저 호주 카페보다 훨씬 비쌌다는 것입니다.

 

호주 커피는 평균 3.5호주 달러였습니다. 그런데 스타벅스 커피는 평균 4.5~5 호주 달러였죠. 입맛에 맞지도 않는 이 커피에 30~40% 이상 비싼 가격을 지불할 이유가 호주인들에겐 전혀 없었습니다. 스타벅스가 추구하는 ‘친구들과 함께 시간을 보낼 수 있는 편안한 공간’이라는 개념도 호주에선 전혀 신선하지 않았습니다.

 

이미 호주의 카페는 단순한 커피숍이 아니라 친구와 가족, 마을 사람과 카페 주인까지 함께 하는 사랑방 역할을 하고 있었습니다. 호주의 바리스타들은 커피 취향을 이미 아는 단골손님에겐 주문도 받지 않고 늘 마시는 커피를 가져다줄 정도죠.

 

이렇듯 호주는 카페 주인이나 바리스타와의 개인적인 유대감과 친밀감이 매우 중요한 커피 문화를 갖고 있습니다. 그래서 자신을 잘 알지도 못하는 바리스타에게 기계적인 서비스를 받는 스타벅스 문화는 호주인들에겐 비인간적으로 생각되었습니다.

거기에 스타벅스가 자랑하는 40% 빠른 서비스는 호주에선 오히려 커피가 문화가 아닌 싸구려 패스트푸드처럼 느껴지게 만들었죠. 게다가 마치 장인 같은 이미지가 있는 로컬 커피숍의 바리스타와 달리 스타벅스의 20대 바리스타들은 커피맛에 대한 의심을 더 키웠습니다.

 

그래서 호주 사람들은 스타벅스가 처음 열었을 때의 반짝 호기심을 버리고, 자신들이 잘 아는 바리스타가 자신의 입맛에 맞춰 커피를 타주는 전통의 단골 카페로 돌아가 버리고 말았습니다. 요즘 호주에서 스타벅스는 되살아 날 기비를 보이고 있습니다. 23개 남았던 호주의 스타벅스는 어느덧 약 60개로 늘었습니다.

 

하지만 2008년의 실패가 충격이 크긴 컸던 모양입니다. 새로 개설된 호주 스타벅스는 고객 타깃층이 이전과 완전히 다릅니다. 전통 커피숍에 대한 충성심이 큰 호주인들은 포기하고, 대신 호주를 찾는 미국, 중국 관광객과 아시아 출신의 유학생들을 주요 대상으로 삼고 있습니다.

 

사실 스타벅스는 이탈리아 골목 곳곳에서 만나는 커피숍에서 영감을 얻어 만들어졌습니다. 다만 미국인의 입맛에 맞춰 유럽보다 라이트하고 달달하게 만든 버전이 스타벅스죠.

 

그래서 호주에서의 실패를 좀 심하게 표현하자면, 호주에 정착된 정통 이탈리아 커피 문화에 하위 버전이 마구잡이로 덤볐다가 망한 것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스타벅스 정도 되는 기업이 이를 간과했다는 건 그만큼 초기의 성공에 도취되어 생긴 자만의 결과라고 해야 할 것 같습니다.

 

유튜브 - 지식브런치 출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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