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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 안에서 신발을 벗거나 신는 문화차이는 어디서 올까요?
우리나라에선 집에서 신발을 벗는 나라가 우리와 일본 정도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의외로 많더군요. 하지만 그렇지 않습니다. 지도에서 빨간색은 집에서 신발을 신지 않는 나라들입니다.
노란색은 신발을 신는 사람도 꽤 있지만, 벗는 게 좀 더 일반적인 나라들이고요. 이 지도에서 보는 것처럼 집에서 신발을 벗는 나라가 세계적으로 훨씬 더 많습니다.
아시아는 필리핀을 제외하고 전부 신발을 벗는 문화죠. 아마 필리핀은 집에서도 신발을 신는 대표적인 나라들인 스페인과 미국의 지배를 수백 년간 받은 영향 때문일 것입니다. 중동에선 이스라엘을 뺀 전부이고, 아프리카 역시 신발을 벗는 게 일방적인 우세입니다.
유럽에선 독일과 스위스를 경계로 서유럽과 중동부 유럽이 나뉘어 있죠. 이 지도에 빨간색으로 되어 있다고 해서 그 나라의 모든 사람이 집에서 신발을 신지 않는다는 뜻은 아닙니다. 어느 나라든 예외는 있지요.
우리나라에서 독도가 우리땅이냐는 설문 조사에 절대 100퍼센트가 안 나오는 것과 같습니다. 저 빨간 표시 중 독일만 해도 프랑스와 가까운 곳은 집에서 신발을 신는 사람이 좀 더 많고, 폴란드와 가까울수록 벗는 사람들이 더 많습니다. 입식 문화를 가진 중국은 오랫동안 집에서도 신발을 신었다가 20세기 중엽 위생 상태가 개선되면서 신발을 벗는 쪽으로 바뀌었습니다.
다만 우리처럼 맨발이 아니라 대부분 실내화를 사용하죠. 당연히 중국처럼 땅도 넓고, 인구도 많은 나라는 지역적으로 신발을 신는 사람과 벗는 사람의 편차가 부척 큽니다.
반면 녹색으로 칠해진 나라들에선 집에서도 신발을 신는 문화가 일반적입니다. 주로 프랑스, 스페인, 포르투갈, 이탈리아, 아일랜드 같은 서유럽 국가들입니다. 여기에 이들의 지배를 오랫동안 받은 중남미 국가들도 같은 대열에 있죠.
하늘색으로 칠해진 영국, 미국, 호주, 뉴질랜드는 신발을 벗는 사람도 많지만 신발을 신고 집에서 생활하는 사람들이 좀 더 많은 국가입니다. 사실 이들 나라도 오랫동안 대다수가 신발을 신고 집안을 돌아다녔습니다. 그렇지만 이민 등, 동서양 간의 활발한 문화 교류와 위생 관념이 바뀌면서 집에서만큼은 신발을 벗는 사람들이 꾸준히 늘어나고 있죠.
이 지도를 통해 우리는 신발을 벗는 이유와 신발을 신는 이유에 대해 많은 것을 추론할 수 있습니다.
우선 비와 눈 같은 강수량과 깊은 관계가 있습니다. 아시아권은 비가 많이 오는 나라가 많죠. 특히 집중적으로 비가 내리는 장마, 혹은 우기를 갖고 있습니다. 독일을 기준으로 동쪽에 있는 유럽 국가들과 캐나다도 비슷합니다. 우기는 따로 없어도 비가 연중 자주 오고 특히 겨울엔 눈이 많이 내리죠.
이들 나라의 또 하나의 특징은 집을 지을 때, 목재를 많이 사용한다는 것입니다. 정리하자면 이들 나라에선 밖에서 신던 신발을 그대로 집안까지 가지고 들어오면 집이 엉망이 될 수밖에 없습니다.
더구나 목재 구조의 집은 습기에 아주 취약하죠. 그러니 집안에서 신발을 신는 걸 엄격히 금지하는 게 당연합니다. 인도와 중동, 아프리카는 동쪽의 아시아와 사정이 많이 다르죠. 비도 눈도 거의 없으니 말입니다.
이들 나라에서 신발을 집에서 신지 않는 이유로는 크게 두 가지가 있습니다. 하나는 집 밖이 지저분하다는 것입니다. 이들 나라는 아직 비포장도로도 많고 사막 지대의 흙먼지와 모래도 가까이에 있죠. 신발에 묻은 먼지와 모래들로 집안이 더러워질 수밖에 없으니, 벗는 쪽을 선택한 것입니다.
또 하나의 이유는 종교적인 영향입니다. 인도의 힌두교도 중동의 이슬람도 신을 벗는 건 존경의 표시입니다. 그래서 사원에 들어가려면 신을 벗고. 맨 발이어야 하죠. 발을 먼저 물로 깨끗이 닦아야 하는 곳도 많고요. 이 영향을 받아 가족이 사는 집 역시 신발을 벗게 되었습니다. 아프리카의 이슬람 국가도 마찬가지고요.
많은 동유럽 국가들과 러시아도 이슬람의 영향을 꽤 받았습니다. 오스만 제국은 수백 년간 지금의 세르비아, 불가리아, 루마니아와 우크라이나 일부를 직접 지배하면서 집에서 신발을 벗는 이슬람 문화를 전파했습니다.
러시아도 당시 세계의 중심이나 다름없던 오스만의 영향권이었죠. 신발을 벗는 나라들의 마지막 공통점은 바닥을 중시하는 문화를 가졌다는 것입니다. 한국과 일본은 바닥에 아예 누워 잠을 자고 밥을 먹었습니다. 동남아시아도 비슷하죠.
그 외 중앙아시아와 중동, 아프리카에선 밥을 먹을 때, 집 바닥에 음식을 펼쳐 놓고 식사를 해왔습니다. 그리고 바닥에 앉거나 엎드려 예배와 예불 등, 종교 행위를 하죠. 이러니 바닥은 늘 깨끗해야 합니다. 신발을 신고 집에서 돌아다닌다는 것은 꿈도 꿀 수 없습니다.
한편 신발을 신는 이유도 벗는 이유 못잖게 여러 가지입니다. 어떤 문화도 전통도 단시일 내에 만들어지진 않죠. 서구 세계의 신발 문화는 멀리 로마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고대 그리스 때부터 샌들 형태의 가죽 신발이 있긴 했지만, 로마는 진정으로 신발을 사랑한 제국이었습니다.
이들에겐 신발은 신지 않는 부족은 곧 야만족이었죠. 로마 귀족들은 집에서도 늘 당당하게 신발을 신고 다녔습니다. 집이 지저분해지는 건 조금도 걱정거리가 아니었습니다. 하루 종일 물걸레질할 노예가 넘쳐났기 때문입니다.
18세기 하수도가 만들어지기 전까지 유럽의 도시들은 정말 더러웠습니다. 하이힐이 만들어진 이유만 봐도 알 수 있죠. 밖도 지저분했지만, 집 안이라고 다를 것도 없었습니다. 오랜 세월 유럽의 일반인들은 이런 집에서 지내왔습니다. 방도, 부엌도, 창고도, 마당도, 화장실도, 아무런 공간 구분이 없었죠.
집안 자체가 더러우니 집에서도 내내 신발을 신고 다니다가 잘 때만 침대 옆에서 신발을 벗었습니다. 물론 겨울철 난방 문제도 있었죠. 밥할 때를 제외하곤 일반인들은 불을 지필 여력이 거의 없었습니다. 귀족들 역시 기껏해야 벽난로가 난방의 전부였고요.
그러니 더럽고 차가운 바닥과는 가급적 멀리 떨어져야 했습니다. 이게 침대와 소파가 만들어진 이유죠. 발이 시려우니 신발도 최대한 오래 신어야 했고요. 사실 이 문제는 지금도 마찬가지입니다. 대개 벽난로나 라디에이터로 난방할 뿐, 바닥은 차가워서 신발을 벗으면 발이 추울 수밖에 없습니다. 그래서 가펫이나 러그를 곳곳에 깔지만 그것만으로는 부족하죠.
반면 우리는 온돌 덕에 바다과 최대한 밀접한 생활을 하는 게 겨울을 나는 데 유리했습니다. 그 때문에 침대를 쓸 이유가 없었고, 소파 대신 방석이 훨씬 쓸모 있었죠. 상하수도 설치로 유럽의 도시가 점차 깨끗해졌지만 실내에서 신발을 신는 서구의 문화는 계속되었습니다.
특히 이 시기 귀족들에게 신발은 패션의 완성이었습니다. 종일 밖에서 신고 다니던 신발을 방안까지 신고 들어와서 신발을 옷과 함께 아주 소중하게 옷장에 보관했죠.
서구 세계의 이런 관습은 지금도 뚜렷하게 남아있습니다. 평소 집에서 신발을 벗고 생활하던 사람들조차 손님을 초대했을 때만큼은 집에서 함께 신발을 신는 경우가 상당히 많죠. 옷차림이 일부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에게 신발을 벗어달라는 건 무례한 요구로 비춰질 수 있으니까요.
서양인들이 한국 드라마에서 양복을 차려입는 사람이 집이나 직장에서 슬리퍼를 신고 있는 장면을 보면 굉장히 이상하게 여기는 것도 이 때문입니다. 어쨌든 이들은 기본적으로 바닥은 어느 정도 더러운 장소라고 생각합니다. 원래 그런 바닥이니까 신발 신는 것을 크게 개의치 않는 거죠.
더구나 요즘 도시에 사는 사람들은 흙 묻힐 일도 없으니 신발을 신어도 바닥이 크게 더럽혀진다고 생각하지도 않습니다. 서유럽이나 건조한 지역의 도시에 사는 미국인들은 특히 더 그런 경향이 있죠. 더구나 미국에선 앞뜰과 뒤뜰, 차고가 있는 집들이 많아 수시로 집과 밖을 드나들어야 하니 귀차니즘이 발동되기도 합니다. 그래서 신발을 신은 채, 침대에 오르는 사람도 간혹 있죠.
영화나 드라마로 인해 실제보다 더 과장되었다고도 하지만 호텔의 침대를 보면 꼭 그렇지만도 않은 것 같습니다. 호텔 침대의 아래쪽에 있는 짙은 색의 때가 무엇인지 아시나요? 그건 그냥 장식품이 아닙니다. 베드 스카프, 혹은 베드 러너라고 하는 띠는 신발 신은 발을 올려놓는 곳입니다. 아직도 신발 신은 채 침대에 올라가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는 뜻이지요.
몇 해 전 신발엔 무려 42만 개의 박테리아가 산다는 미국 애리조나 대학의 연구 결과가 있었습니다. 화장실 변기보다도 훨씬 많은 숫자입니다. 서유럽과 미국에서의 코로나 확산도 신발 문화와 관련있다는 연구도 있었습니다. 게다가 유럽과 미국에서도 우리 같은 바닥난방 공사가 점차 늘고 있습니다.
이런 분위기 덕인지 서구 세계에선 요즘 집에서 신발을 벗는 게 “위생적으로 좋다”라는 인식이 널리 퍼져가는 건 확실합니다. 신발을 벗든 신든 세계사적 큰 흐름으로 봐선 크게 중요한 문제는 아닐 겁니다. 그럼에도 이런 변화는 서구 세계가 오랫동안 고집해온 관념이 또 하나 깨져가고 있다는 생각을 하게 만듭니다.
- 유튜브 "지식 브런치" 채널자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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