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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문에 방충망을 달지 않는 유럽인들, 이유가 무엇일까?!
유럽의 창문에는 방충망이 없습니다. 우린 이걸 당연시하지만 영국, 프랑스, 독일, 이탈리아, 스페인, 스위스, 네덜란드, 포르투갈에선 그렇지 않습니다. 유럽에선 모기나 파리가 없는 걸까요? 그럴 리가 없죠.
그럼 유럽의 모기나 파리는 사람을 물지 않는 걸까요? 더더욱이나 그럴 리 없지요. 개인적으론 독일에서 묵을 때, 한밤중에 엄청난 크기의 왕벌이 들어와 그 놈 잡느라 밤샌 적이 있습니다. 우리처럼 방충망을 달면 간단히 해결될 일을 유럽인들은 왜 이런 불편함을 감수하는 걸까요?
유럽의 집과 건물을 자세히 보면 창 모양이 우리와 다르다는 걸 알 수 있습니다. 우리가 가로가 길고, 세로가 짧은 형태라면 유럽의 창은 반대로 가로가 짧고, 세로가 깁니다. 창 하나하나의 크기도 작을뿐더러 건축 면적에 비해 창의 개수도 적은 편이죠.
바로 이 창의 차이가 방충망의 유무를 가져온 첫 번째 이유입니다. 그 이유는 뒤에 다시 얘기하기로 하고, 우선은 우리와 유럽의 건축이 기본적으로 어떤 차이가 있길래 창 모양부터 다른지 그것부터 알아보는 게 좋겠습니다.
유럽과 우리의 창이 다른 건, 건축 자재가 다르기 때문입니다. 유럽의 집들은 아주 오래전부터 돌과 벽돌이 주재료였습니다. 바닥은 석회암에, 무엇보다 비가 연중 골고루 내려 지반 침하나 침수를 걱정할 필요가 없었습니다. 그래서 돌과 벽돌로 벽을 쌓아 올려 아주 튼튼한 집을 지을 수 있었지요.
이렇듯 유럽 건물의 중심은 벽입니다. 이 단단한 벽이 지붕을 떠받치는 형태지요. 유럽의 오랜 유적지를 보면 다른 건 다 무너져도 벽만은 지금껏 멀쩡한 곳이 많습니다. 그만큼 유럽이 건축에서 벽이 가장 중요하고 가장 튼튼한 부분입니다. 그런데 벽 중심의 건축물엔 하나의 치명적인 단점이 있습니다.
창을 내기 어렵다는 것입니다. 우리처럼 창을 가로로 널찍하게 내면 돌과 벽돌의 하중을 견디기 어렵습니다. 벽이 무너지면 당연히 집도 무너지는 거지요. 그래도 햇빛은 집안에 들여야 하고, 밥할 땐 연기를 밖으로 빼내야 하니, 창을 내지 않을 순 없었습니다.
유럽의 모든 집에 굴뚝이 만들어진 건 19세기나 되어서입니다. 그 전에는 밥할 때 마다 집안에 가득 찬 연기로 고생해야 했습니다. 이 때문에라도 창은 꼭 필요했지요. 창은 필요하고, 그렇다고 집이 무너지게 해서는 절대 안 되고… 그래서 창의 가로 폭을 줄이고 대신 세로로 길쭉한 창을 내게 된 것입니다.
유럽의 창이 이렇게 된 데는 세금 문제도 한몫합니다. 늘 정부는 세금을 걷기 위해 기발한 아이디어를 동원하죠. 그 중 하나가 창문세입니다. 18세기 프랑스의 루이 16세는 앙숙인 영국이 창문세를 거둬 국가 재정을 충당하는 게 꽤 부러웠습니다.
그래서 그는 창문세를 도입하되, 창문의 개수를 기준으로 하는 영국과 달리 창문 폭을 기준으로 세금을 매겼습니다. 이는 나름 현명한 방법이었습니다. 긴 가로 창을 내는 건 더 많은 재료와 기술이 들어가야 해서 건축비가 비쌀 수밖에 없었습니다.
즉, 돈 많은 곳에 과세한 것이니 조세 형평성에 어긋난 건 아니었죠. 이런 합리성 때문에 유럽에선 19세기가지 창문의 너비에 따라 세금을 매기는 나라들이 많았습니다. 하지만 세금을 많이 내고 싶은 사람은 어디에도 없죠. 이를 피하려고 유럽인들은 더더욱이나 창문을 세로로 길게 내었습니다.
여기에 유럽에선 많은 나라가 건물이 도로에 면한 면적에 비례해 세금을 부과했습니다. 그래서 사람들은 건물 정면을 좁게 하고, 대신 안쪽으로 길쭉하게 집을 지었죠. 건물 정면이 좁으니 창도 역시 건물에 비례해 가로로 길게 만들 수가 없었습니다.
반면 우린 유럽에 비해 절대 강수량도 많고, 장마 시기에 비가 집중적으로 내리기 때문에 지반도 약할 수 밖에 없습니다. 그러니 건축자재가 가벼워야 하죠. 나무가 선택된 게 바로 이런 이유에서죠. 건물의 무게를 줄이기 위해 벽이 아닌 나무 기둥을 중심으로 집을 만들었죠.
그러다 보니 벽에 창문을 넓게 내는 게 유럽보다 훨씬 쉬웠습니다. 우리나라에선 기둥이 지붕을 떠받치니, 벽을 뚫어 창문을 넓게 내도 지붕이 무너질 염려가 적었던 거죠. 한지의 발달로 창문의 무게를 가볍게 할 수도 있었고요. 따라서 우리 건축에선 기둥을 비로부터 잘 보호하는 게 무척 중요했습니다.
기둥이 비에 젖는 걸 최소화하기 위해 처마를 넓게 만들었고, 당에서 올라오는 습기에 기둥이 썩는 걸 막기 위해 주춧돌을 먼저 넣고, 그 위에 기둥을 올려놓았죠. 대청마루를 땅에서 높이 띄운것도 마찬가지 이유고요.
한편 미국이나 캐나다는 유럽의 후손들이 만든 나라임에도 유럽과 달리 우리처럼 주로 나무로 집을 지었습니다. 지반이 약해서가 아니라 유럽인들이 아메리카에 도착했을 때, 주변이 나무 천지였기 때문입니다. 쉽게 구할 수 있으니 나무는 가장 저렴하게 집을 지을 수 있는 자재였습니다.
게다가 돌이나 벽돌로 집을 짓는 것보다 시간도 훨씬 단축할 수 있었죠. 모든 것이 부족하고, 불안정했던 정착 초기엔 이것이 굉장히 중요했습니다. 그래서 미국과 캐나다는 오래전부터 가로로 된 긴 창을 갖고 있습니다. 그에 따라 대부분의 집이 우리처럼 방충망을 갖고 있지요.
그럼 본론으로 돌아와 창문의 넓이와 방충망은 무슨 관계가 있을까요? 우리의 창은 대개 옆으로 여닫는 미서기창입니다. 반면 유럽은 창의 일부만 안쪽으로 여닫는 틸트 창이 다수죠. 일부는 아래위로 여닫는 오르내리기창이고요. 어쨌든 그 틈새를 비집고 창문 바깥쪽에 방충망을 달아야 하니, 그 작업이 어려울 수밖에 없습니다.
업자를 부르자니 인건비 때문에 비용이 상당하죠. 아예 건물 지을 때, 방충망을 달아 놓으면 좋을 텐데, 그것도 쉽지 않습니다. 사실 창이 좁으면 미서기창을 쓸 이유가 없습니다. 그러지 않아도 좁은 창을 절반만 개폐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결국 남은 방법은 세로 직사각형 창 전체에 방충망을 다는 것입니다. 유사시에 여닫는게 불가능한 고정 방충망이죠.
1년 내내 이 방충망을 통해 바깥을 봐야 한다면 우리라도 선뜻 선택하기 어렵죠. 사실 지금은 유럽에서도 돌이나 벽돌이 아닌, 철근콘크리트로 집과 건물을 짓기 때문에 우리처럼 창을 가로로 길게 내는 게 어렵지 않습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부를 제외하곤 여전히 세로 창을 고수하면서 방충망을 달지 않습니다. 설혹 가로가 넓은 창을 시공하더라도 우리처럼 미서기창이 아니라 굳이 2~3짝으로 된 틸트창을 고집하죠.
이는 이미 공사현장에서 틸티창이 일반적이라 시공이 편하기도 하고, 미서기창보다 난방이 더 좋기 때문입니다.
유럽에 방충망이 없는 것은 집으로 날아드는 모기나 파리, 나방, 곤충 등, 벌레가 적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우리와 비교해 유럽의 벌래가 얼마나 적은 지, 이에 관한 믿을 만한 데이터는 없습니다. 하지만 유럽의 여름을 경험해봤다면, 특히 도시에서 우리보다 확연히 모기나 파리가 적다는 데 대다수가 동의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유럽 여름 특유의 고온 건조한 날씨 때문이 아닐까 생각됩니다. 실제로 유럽인들도 그렇게 생각합니다. 1년에 한 달 정도 집에 들어오는 모기나 파리 나방은 사소한 성가심에 불과하다는 것입니다. 유럽의 모기는 열대 지방의 뎅가열이나 말라리아 같은 질병을 퍼뜨리지도 않으니 위험하지도 않죠.
즉, 1년에 몇 번 들어오는 벌레 때문에 보기에도 흉물스러운 방충망을 다는 건 유럽인들이 시각으론 쓸데없는 돈 낭비입니다. 유럽의 창엔 방충망은 없지만 대신 철제 블라인드나 나무 덧문을 댄 집들을 흔히 볼 수 있습니다. 여름엔 뜨거운 햇볕을 가리고, 겨울엔 차가운 바람을 막기 위해서죠. 이 블라인드와 덧문이 파리와 모기 같은 벌레를 1차 차단하는 역할을 하니, 나머진 참고 견디면 여름은 금방 지나간다고 유럽인들은 느긋해 합니다.
하지만 요즘 유럽은 점점 더 더워지고 있고, 여름도 길어지고 있습니다. 벌레의 생존 기간도 따라서 늘고 있죠. 더구나 유럽의 온도 상승으로 아프리카 모기들이 지중해 연안에서 자꾸만 발견되고 있습니다. 뎅기열이나 말라리아의 위험성도 따라 좊아지고 있죠.
그간 코로나 팬데믹으로 연못, 수영장, 물웅덩이 등이 방치된 곳이 많아, 모기가 급격히 늘 가능성도 있습니다. 어쩌면 앞으로는 유럽에서도 방충망을 단 집들이 급작스럽게 늘어날지도 모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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