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스토리 뷰

네덜란드가 스포츠 강국인 이유는 무엇일까?!

이 작은 나라의 경제력이야 이미 잘 알려져 있죠. 국내 총생산, 즉 GDP는 세계 17위이고, 1인당 GDP는 5만8,000달러로 세계 12위 입니다. 그런데 경제 말고도 네덜란드가 정말 잘하는 분야가 하나 더 있습니다.

 

그것도 작은 나라라고 믿기지 않을 정도로 거의 모든 종목에서 잘합니다. 네덜란드엔 어떤 특별함이 있는 걸까요?

 

세계 최고의 운동선수들이 참가하는 올림픽 성적을 보면, 그 나라의 스포츠 위상을 직관적으로 알 수 있습니다. 네덜란드는 지금가지 하계올림픽에서 322개, 동계올림픽에서 147개, 합해서 초 469개의 메달을 따냈습니다. 인구와 나라 크기에 비해 월등히 높은 세계 16번째이죠.

 

우리의 종합 366개보다도 훨씬 많고요. 2020년 도쿄올림픽에서도 네덜란드는 금메달 10개로 우리의 16위보다 훨씬 높은 7위를 차지했습니다. 이를 종목별로 10위가지 보면 스피드스케이팅이 무려 133개의 메달을 따 1위이고, 수영이 62개로 2위, 사이클링이 61개로 3위입니다.

 

이어 조정, 승마, 요트, 육상, 유도, 필드하키 쇼트트랙 순입니다. 이 외에도 네덜란드는 권투, 양궁, 체조, 배구, 수구, 카누, 사격, 테니스, 배드민턴, 펜싱, 축구, 역도, 비치발리볼, 피겨, 스노보드, 스켈레톤 등, 정말 다양한 종목에서 상당한 실력을 보이고 있습니다. 이뿐만도 아닙니다. 네덜란드는 요즘 약간 하락세이긴 하지만 누구도 무시할 수 없는 축구 강국이죠.

 

월드컵에서 준우승 3번에 3,4위 각 1번입니다. 우리한테는 히딩크 감독이 가장 유명하지만, 네덜란드는 요한 크루이프, 마르코 반 바스텐, 데니스 베르캄프, 루드 굴리트 같은 축구 전설들을 낳은 나라입니다. 축구를 좋아하는 분들이라면 다 아시겠지만 ‘토털 풋볼’이라는 전술을 창안해 낸 나라도 네덜란드죠. 네덜란드는 야구도 제법 하는 나라입니다. 유럽에선 단연 최강이죠.

유럽에서 무슨 야구냐, 하실지 모르겠지만 독일, 프랑스, 이탈리아, 오스트리아, 체코 등, 세미 프로를 운영하는 나라가 여럿 있습니다. 우리 야구도 WBC(월드 베이스볼 클래식)에서 간혹 네덜란드에 발목을 잡히기도 하죠.

 

네덜란드는 격투기 강국이기도 합니다. 유럽식 킥복싱의 메카 같은 곳이라 입식타격격투기인 K-1을 특히 잘하죠. 어네스트 후스트, 세미 슐트, 피터 아츠 등 K-1의 전설들이 모두 네덜란드 출신입니다.

 

세계 최고의 자동차경주대회인 F1(FIA 포뮬러 원 월드 챔피언십)에서도 네덜란드는 그랑프리 최연소 우승자인 막스 베르스타펜 등, 다수의 스타들을 배출하고 있습니다. 심지어 네덜란드는 당구도 잘 치고, 다트도 잘 던집니다. 3쿠션의 4대 천왕이라는 딕 야스퍼스가 네덜란드 출신이죠. 월드 다트 챔피언에서 5번이나 우승해 다트 역사상 가장 위대한 선수로 꼽히는 레이몬드 반 바르네벨트도 네덜란드 태생입니다.

 

이처럼 네덜란드가 다양한 분야에서 운동을 잘하는 이유로는 크게 3가지가 꼽힙니다.

첫째는 네덜란드의 자연환경입니다. 

혹 네덜란드의 한 유명한 전설을 기억하시나요? 마을 제방에 난 구멍을 밤새 손으로 막아 나라를 구했다는 살신성인의 그 소년 말입니다.

 

네덜란드가 올림픽에서 특히 강세를 보이는 저 종목들을 대부분 소년이 구한 제방과 관련이 있습니다. 물론 이 이야기는 네덜란드에 한 번도 가본 적이 없는 미국 동화작가의 상상력이지만 말입니다.

 

네덜란드는 ‘낮은 땅’이라는 뜻입니다. 국토의 4분의 1이 해수면 아래에 있습니다. 토목공사의 귀재였던 로마 병사들에게 땜 쌓는 방법을 배워 오랜 세월 풍차로 바닷물을 빼내 만든 땅이죠. 그래서 “세상은 신이 창조했지만 네덜란드만큼은 네덜란드인들이 창조했다” 고도 말합니다.

 

어쨌든 이렇게 넓은 간척지를 만들다 보니, 수없이 많은 둑을 쌓아야 했고, 배수와 물자 수송을 위해 수로도 만들어야 했습니다. 그 인공 제방과 운하가 전국을 거미줄처럼 연결하고 있죠.

 

조금 과장해 말하자면 전국 어디서든 문 열고 나서면 바로 제방과 수로를 만날 수 있습니다. 이렇게 물이 가까우니, 여름엔 수영이 일상이죠. 마음만 먹으면 수영뿐 아니라 조정이나 요트 같은 수상 스포츠에 참여할 기회도 언제든 열려 있습니다.

 

이 분야의 저변이 굉장히 넓을 수밖에 없는 환경이죠. 간척지를 비롯해 국토가 대부분 평지인 점은 달리기와 자전거를 좋아하는 사람들에겐 최적의 환경입니다. 제방을 따라, 시원한 바닷바람을 맞으며 조깅하거나 자전거를 타는 모습은 네덜란드에선 가장 흔한 풍경입니다.

특히 네덜란드인들의 자전거 사랑은 정말 유별납니다. 인구 1,700만 명에 자전거가 2,300만대입니다. 1인당 자전거 보유율 세계 1위죠. 자전거 전용도로만 이 작은 나라에서 3만5,000km나 됩니다. 140,000km에 달하는 전체 자동차도로의 4분의 1이나 되죠. 웬만한 거리는 모두 자전거로 다니다 보니, 수도인 암스테르담 교통량의 63%가 자전거이고, 전국적으로도 36%를 차지합니다.

 

겨울이 되면 이 운하들이 모두 스케이트장이 됩니다. 전국이 거대한 천연 스케이트장으로 바뀌는 거죠. 스케이트를 처음 만든 곳도 13~4세기의 네덜란드입니다. 네덜란드에선 이웃 마을에 갈 때도, 학교에 갈 때도, 출퇴근할 때도 스케이트를 타고 가죠.

 

남녀노소 모두 즐기는 국민 스포츠답게 선수층도 굉장히 두텁습니다. 스케이트 연맹에 등록된 선수만 해도 700여 개 클럽에서 15만 명이나 되고, 이 중 프로선수가 60여 명입니다. 이들은 400m 트랙을 갖춘 전국의 빙상장 300여 곳에서 연간 1,500회가 넘는 각종 대회에 참가하죠. 그래서 네덜란드에선 국가대표 스케이트 선수가 되는 것이 올림픽에서 메달따는 것보다 더 어렵습니다. 마치 우리의 양궁과 같죠.

 

하지만 네덜란드는 눈도 많지 않고, 대부분 평지라서 스케이트와 달리 스키는 발달하지 못했습니다.

두 번째는 타고난 신체적 조건입니다.

세계보건기구(WHO)의 자료에 따르면 네덜란드인의 평균 신장은 전 세계에서 가장 큽니다. 남자가 183.8cm, 여자가 170.4cm입니다. 작성 자료와 기준에 따라 통계 수치가 조금 다를 수 있지만, 네덜란드인들의 키가 세계 최상위권인 건 분명합니다.

 

긴다리를 이용한 주법은 육상과 스케이트에서, 긴 팔은 K-1과 유도 등에서 분명 축복받은 유리한 조건이지요. 흔히 네덜란드에선 아기가 태어나면 걸음마를, 그다음은 자전거를, 그다음은 스케이트를 배운다고 합니다. 이렇게 어려서부터 자전거와 스케이트로 자연스럽게 키운 하체 근력이 네덜란드의 타고난 피지컬을 더욱 돋보이게 하죠.

 

단단한 하체가 모든 스포츠의 근본인 것이야 더 말할 것도 없고요. 마지막으로 가장 중요한 요인은 어마어마한 규모의 생활 체육입니다. 다국적 시장 조사 및 컨설팅 회사인 입소스의 2021년 통계에 따르면 네덜란드 사람들은 조사 대상 29개국 중 신체 활동이 압도적으로 활발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이들은 일주일에 12.8시간을 운동하는 데 쓰죠. 평균인 6.1시간의 2배가 넘습니다. 이 조사에서 우리는 일주일에 겨우 4.5시간을 운동하고, 일본은 3.3시간입니다. 네덜란드에서 일주일 동안 운동을 전혀 하지 않는 사람은 단 4%뿐이죠.

이렇게 활동적인 나라답게 네덜란드엔 3만5,000여 개의 다양한 스포츠 클럽이 있습니다. 인구의 거의 30%인 약 500만 명이 클럽에 가입되어 있죠. 클럽이 아니더라도 인구의 약 53%인 900만 명 정도가 정기적으로 하나 이상의 스포츠 활동에 참여하고 있습니다. 연령별로 봐도 6~19세 사이의 청소년층은 90% 이상이, 50~64세 사이의 장년층은 55%가, 65세 이상 노령층은 40%가 매주 정기적으로 운동하고 있습니다. 이것만 봐도 네덜란드인들이 얼마나 스포츠를 좋아하는 사람들인지 알 수 있습니다.

 

종합하자면 자연, 피지컬, 생활 체육 등이 많은 국민이 운동을 즐길 수 있는 환경을 만들고, 이렇게 형성된 두터운 저변이 엘리트 스포츠의 근간이 되고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여기에 네덜란드 스포츠는 사회적으로도 아주 중요한 역할을 맡고 있습니다. 네덜란드는 여러 인증과 종교가 혼합된 꽤나 이질적인 사회입니다. 1,700만 며의 인구 중 330만 명이 이민자입니다. 그 중 인구의 10%가 넘는 180만 명이 비서구권 출신입니다.

 

스포츠는 이 이질적인 집단이 소통하고 교류하는 가장 중요한 수단입니다. 이 때문에 네덜란드 정부는 국민 통합을 위해서라도 전 국민이 쉽게 스포츠를 즐길 수 있도록 환경을 조성하고 있습니다.

- 유튜브 "지식 브런치" 채널자료 -

 

반응형
공지사항
최근에 올라온 글
최근에 달린 댓글
Total
Today
Yesterday
링크
«   2024/12   »
1 2 3 4 5 6 7
8 9 10 11 12 13 14
15 16 17 18 19 20 21
22 23 24 25 26 27 28
29 30 31
글 보관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