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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시 여러분들은 스웨덴에서 살고 싶지 않으신가요?

실제로 2019년 한 구직사이트에서 2~30대를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해보니 이민가고 싶은 나라 1위가 스웨덴이었습니다.

이유는 분명하죠. 바로 '요람에서 무덤까지' 라는 말이 상징하는 세계 최고의 복지국가니까요. 하지만 복지가 거저 주어질 리가 없죠. 세계 최고의 복지를 누린다는 것은 세계 최고의 세금을 낸다는 뜻이니까요. 그러니 스웨덴의 세금 체계를 알고 나면 생각이 바뀌게 될지도 모르겠습니다. 한번 알아볼까요?

 

우선 스웨덴에선 아기가 태어나면 출생 신고를 국세청에 합니다.

결혼과 사망신고도 마찬가지고요. 보통 관할 구청이나 행정복지센터에서 하는 우리와는 무척 다르죠. 이게 무슨 뜻일까요? 스웨덴에선 국세청이 빅브라더입니다. 한 개인의 세금 납부 상황뿐 아니라 이사나 이직 등, 태어나면서 죽을 때까지 거의 모든 것을 손바닥 들여다보듯 관리하죠.

10대 후반이 돼서 아르바이트로 돈을 벌게 되면 세금 납부가 시작됩니다.

카페에서 한 달 일해 1백만 원을 벌었다고 치겠습니다. 그럼 32만 원을 칼같이 떼어 갑니다. 우리 같으면 이 정도로 세금 낼 일은 없죠. 이렇듯 스웨덴에선 32%가 기본 세금입니다. 그게 얼마든 소득이 있으면 반드시 32%의 세금이 붙는 것입니다. 우리의 최저 세율인 6/6%완 엄청난 차이가 나죠.

 

스웨덴에서 세금을 안 내는 사람은 국민의 6% 정도에 불과합니다. 주로 난민으로 들어온 지 얼마 안 되거나 자발적으로 노동을 포기한 부유층 주부 등입니다. 반면 우리는 돈은 벌지만 세금을 한 푼도 안 내는 사람이 거의 40%에 가깝지요. 이런 저런 공제가 많아서입니다. 이제 회사에 들어가 열심히 일하고, 승진도 해서 연봉 6,800만 원을 넘게 받았다고 치겠습니다. 스웨덴에선 이 기준이 아주 중요합니다.

 

근로자 평균 연봉의 1.5배인 6,800만 원 이상부턴 고소득자로 분류됩니다. 3분의 1 정도가 해당되지요. 이 기준을 넘으면 세금이 32%에서 52%로 껑충 뜁니다. 즉, 연봉 6,800만원에서 1원만 더 받아도 세금이 3,500만 원이 넘습니다. 이 정도 소득이면 우리나라에선 세금이 얼마일까요? 우린 지방세까지 포함해 약 1,800만 원 정도 나오겠네요. 우리나라에서 저 최고 세율만큼 내려면 연봉을 10억 이상 받아야 합니다. 그것도 스웨덴의 52%에 못 미치는 49.5%가 한국의 최고 세율입니다.

 

아무튼 이것만해도 우리 기준으론 과하다 싶은데 아직 극악의 세금이 남아있습니다. 바로 물건 살 때마다 찰거머리처럼 따라 붙는 부가세입니다. 이게 25%나 됩니다. 우리의 10% 부가세에 비하면 엄청나죠. 이렇게 세금 내면 스웨덴 사람들은 어떻게 사는 걸까요? 그냥 단순 계산해서 6,800만 원의 연봉으로 소득세 3,500만 원 떼고 여기에 부가세 1,700만 원을 제하면 남는 건 1,600만 원 뿐입니다.

 

고소득층인데도 한 달 쓸 수 있는 돈이 고작 133만원이니 정말 빠듯하게 살 수밖에 없습니다. 여기에 세계 최고 수준의 물가를 감안하면 구매력은 더 떨어지게 되죠. 그러니 스웨덴에선 맞벌이를 안 하는 건 상상도 할 수 없습니다. 일반 봉급자들이 이렇게 엄청난 세금을 내니 재벌들은 더 많은 돈을 낼 것 같지만 전혀 그렇지 않습니다. 수웨덴의 세금 체계는 우리보다 훨씬 더 비즈니스 프렌들리입니다.

우선 기업의 대표적인 세금인 법인세가 스웨덴은 20.6%밖에 안 됩니다. 우리의 25%보다 훨씬 낮죠. 그것도 단일 세율이라 돈을 많이 버는 대기업일수록 더 유리합니다. 전체 세원에서 법인세가 차지하는 비중이 겨우 6%밖에 안 되니 우리의 1^%에 비해 시제로 기업의 부담이 훨씬 적습니다.

 

이렇게 해서 스웨덴이 상위 1% 부자들의 전체 자산의 37%를 갖고 있는, 자산의 불평등이 굉장히 심한 나라입니다. 게다가 상속세와 증여세도 없습니다. 부의 대물림이 쉽게 이루어지죠. 우리나라의 보수 언론에서 복지국가인 스웨덴마저 기업 친화적이라고 소개하지만 사실 반은 맞고 반은 틀린 얘기입니다. 스웨덴에선 대신 상속 받은 자산을 팔 경우 자본이득세로 30%를 한꺼번에 떼어 갑니다.

 

지금까지 본 것처럼 스웨덴의 복지 재원은 부자들이 아니라 국민 전체가 지고 있습니다. 중산층은 물론 저소득층들도 꽤 가혹한 부담을 지고 있죠. 특히 25%의 부가세는 부자건 가난하건 모든 국민이 똑같이 내는 직접세라 저소득층에게 큰 부담이 되고 있습니다. 그러니까 스웨덴에선 '나의 복지는 나의 돈으로', 이게 기본입니다. 여기에 부족한 건 국각가 부의 분배 차원에서 일부 개입해 도와주는 것이죠. 이건, 국민 대다수가 중산층이고, 빈곤층은 일부이기 때문에 가능한 일입니다.

 

그럼 스웨덴 사람들은 이 무지막지한 세금에 불만이 없을까요? 놀랍게도 없습니다. 만족도 조사를 보면 늘 70~80%의 높은 지지를 받습니다. 스웨덴 사람들은 세금을 국가에 대한 투자 내지 저축이라고 생각합니다. 세금을 내는 대신 돌려받는 복지에 만족하기 때문입니다. 굵짉한 것만 살펴보면 스웨덴 사람들은 유치원부터 대학까지 거의 무료로 교육을 받습니다. 대학에 가면 매달 40만원이 넘는 용돈도 받지요.

 

의료복지도 막강해서 스웨덴에선 돈이 없어서 죽는 일은 없습니다. 병원비는 연간 15만 원, 약값은 30만 원 이상 내지 않습니다. 아무리 비싸도 감이건 뭐건 모두 국가가 부담합니다. 대신 의사 기다리다 죽을 수는 있습니다. 능력 있는 의사는 외국으로 다 떠났다는 얘기도 있고요. 은퇴를 하면 기존 급여의 절반 정도 되는 연금과, 대부분이 드는 개인연금으로 노후도 안정되게 보낼 수 있습니다. 다만 평균 임금 인상률이 연 3% 정도다보니 정년퇴직 때가 되었다고 해서 임금이 엄청 높진 않습니다. 이 무렵이 되면 대개 한국의 월급이 더 많죠.

 

어쨌든 아무리 복지가 좋다고 해도 모두가 기꺼이 세금을 내는 것은 아니니 스웨덴 국세청은 탈세를 막기 위해 정말 살벌한 방법을 동원하기도 합니다. 스웨덴엔 매년 발간하는 세금달력(Taxering skanlendern)이라는 책이 있습니다. 마치 우리나라의 옛날 전화번호부처럼 생긴 책입니다. 3~4만 원 정도면 누구나 살 수 있죠. 여기에 18세 이상이면 정치인이든, 연예인이든 예외 없이 그 사람에 관한 온갖 개인 정보가 들어 있습니다. 집주소와 전화번호, 생년월일은 물론 이 사람이 얼마를 버는지, 차는 무얼 타는지, 집은 몇 평인지, 얼마짜리 집에서 사는지, 결혼인지 동거인지까지도 공개됩니다.

 

내 옆을 지나는 람보르기니의 주인이 궁금하다면 그 사람 이름이 무엇인지, 재산이 얼마인지도 바로 알 수 있는 게 스웨덴입니다. 왜 이런 책을 발행할까요? 명목은 나와 비슷한 일을 하는 동료가 얼마를 받는지 파악해 연봉 협상에 활용하라는 것입니다. 하지만 스웨덴 사람들은 다 압니다. 상호감시로 탈세를 막겠다는 것이지요. 그래서 스웨덴 국세청을 빅브라더라고 하는 것입니다. 이런 막대한 세금으로 인해 스웨덴에선 역전만루홈런 같은 욕망을 갖는 게 거의 불가능합니다.

세금내고 나면 저축할 돈도 없고, 저축해봐야 이자도 세금으로 다 가져갑니다. 그래서 스웨덴에선 흔히 "상속 외엔 부자 되는 방법이 없다" 고 합니다. 10%의 극단적인 부자와 90%의 서민과 중산층으로 계급이 고착화돼 완전히 다른 세계에 삽니다. 하지만 아무리 그래도 부자에 미련 두는 사람들은 있게 마련이죠. 그럼 무엇으로 부자를 꿈꾸는냐? 바로 도박입니다.

 

북유럽 복지국가 모델의 실체를 조명한 책 '행복한 나라의 불행한 사람들' 에 의하면 스웨덴의 성인 인구 중 3분의 2는 매주 혹은 매달 도박을 하거나 복권을 삽니다. TV엔 경마, 카지노 등 온갖 종류의 도박 광고가 넘쳐나고 연평균 도박손실액도 매년 세계 최상위권입니다. 도박 외에 또 다른 재산증식 수단으론 부동산 투자가 있습니다. 스웨덴에선 집값의 85%를 대출해주고, 무려 140년간 갚게 합니다. 할아버지부터 손자까지 대를 이어 천천히 갚으라는 거죠.

 

그래서 너도나도 집을 사다보니 지금 스웨덴의 부동산 거품 수준은 세계 3번째이고, 주택담보대출로 인한 가계부채비율도 전 세계에서 가장 높은 편에 속합니다. 52%의 최고 세율을 피하기 위해 승진을 거부하는 사람도 많은지라 기업의 활력이 떨어진다는 지적도 있습니다. 스웨덴의 세금과 복지를 한마디로 요약하면 "부자는 포기해. 대신 절대로 가난하지 않게 해줄게" 입니다. 즉, 안정되지만 개천에서 용 나는 일이 없는 게 스웨덴 사회죠.

 

반면 우리는 한순간 빈곤의 나락으로 떨어지기도 하지만 누군가는 엄청난 성공을 거두어 부를 누립니다. '고부담 고복지'냐, 아니면 '저부담 저복지' 냐의 논쟁은 바로 이런 상반된 상황에 대한 선택이기도 합니다. 여러분이라면 어느 쪽을 택하시겠습니까? 대다수가 평등한 스웨덴인지, 아니면 개인의 욕망에 좀 더 충실한 한국인지...... 이 문제라면 아마 결정 장애가 생길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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