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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인 소년이 세계 최고의 콩쿠르 대회에서 연주하자, 지휘자가 지려버렸다

“이제는 한국이 음악 콩쿠르를 흽쓸고 있다” “K클래식의 시대가 왔다” 세계 최고 권위의 음악 경연대회는 18세 한국인 피아니스트 임윤찬의 독무대였습니다.

 

임윤찬은 제 16회 반 클라이번 콩쿠르에서 “미치지 않고서야 칠 수 없다”는 라흐마니노프 피아노 협주곡 3번을 연주했습니다. 손가락이 안 보일 정돌 휘몰아치듯 연주하다가도 봄 햇살처럼 건반을 어루만지며 미소를 머금는 소년에게서 광기마저 느꼈다는 사람도 있습니다.

 

압도적인 기교와 표현력이 절정을 향해 가고 신들린 듯 강렬하게 연주를 마쳤을 때 관객석에선 우레와 같은 기립박수가 터져 나옵니다. 피아노에서 나오는 폭발적인 에너지는 청중을 휘어잡습니다. 피겨 스케이트를 전문적으로 알지 못해도 김연아 선수의 특출함이 본능적으로 느껴지고 축구에 대해 잘 모르더라도 손흥민 선수의 플레이는 홀려서 보게되듯이, 임윤찬의 연주도 그랬습니다.

 

대담하고 과감하며 몰입도가 높은 연주였죠. 이를 계기로 클래식을 잘 몰랐던 사람들까지 유튜브에서 임윤찬의 열정적인 연주를 다시듣기하며 전 세계 클래식 팬들로부터 아직도 큰 화제가 되고 있습니다.

 

특히, 준결선에서 리스트의 ‘초절기교 연습곡’ 12곡 전곡을 65분 동안 연주한 무대는 큰 화제를 모으면서 유튜브 올해 콩쿠르 영상 가운데 최고 조회수를 기록했죠. 이렇게 하룻밤에 세상을 뒤집어놓은 임윤찬은 스스로를 천재가 아니라 연습벌레라고 합니다.

 

우승이 확정된 순간 임윤찬 곁에는 두명의 외국인이 동행하고 있었는데요. 이들은 임윤찬이 콩쿠르를 준비하는 동안 머물렀던 미국 텍사스의 하숙집 주인 부부였습니다. 처음 이 집에 도착했을 때 임윤찬은 “혹시 밤늦게까지 피아노를 쳐도 되겠냐”고 물었고 부부는 옆집과 거리가 있는 주택이라 전혀 문제없다” “언재든 쳐도 좋다”고 대답해 주었습니다.

 

임윤찬은 한국에서 아파트에 살고 있었고, 늘 층간 소음을 걱정해 마음껏 연습할 수 없었는데요. 하숙집 주인 부부의 말에 따르면, 마음껏 연습하라고는 했지만, “18세 소년이 얼마나 하겠어”라고 생각했는데, 정말 새벽 4시까지 하루 16시간을 피아노만 치더라는 겁니다.

 

그런데 그 연습소리가 소음으로 들리지 않고 매일매일 부부를 위로해주었다는 거죠. 1위에 임윤찬이 호명됐을 때, 제일 먼저 눈물을 터트리며 벌떡일어나 껴안고 축하해준 것도 바로 하숙집 아저씨였습니다. 임윤찬도 우승 직후 고마운 사람들을 말할 때, “새벽 4시까지 건반을 두드려도 말없이 들어주던 미국 텍사스의 하숙집 주인”을 꼽을 정도였습니다.

콩쿠르가 끝나고 임윤찬은 단 하루의 휴식도 없이 또 다시 하루 16시간씩 피아노를 치고 있습니다. 반 클라이번 콩쿠르는 세계 최대 콩쿠르 중 하나로 북미의 대표 피아노 경연대회입니다.

 

대회 우승자 피아니스트 임윤찬은 18살이라는 나이가 믿기지 않을 정도로 폭발적인 에너지와 대담한 작품해석, 그리고 섬세한 감정선으로 엄청난 몰입감을 선사했는데요. 외신들은 “괴물 신인이 등장했다” “신들린 연주자” “경이적인 연주였다”고 극찬했지만, 그가 수상 직후 밝힌 수상소감은 너무나 의외여서 기자회견장을 초토화시켰습니다.

 

“그렇게 화제가 된 줄은 몰랐다” “저는 그저 라흐마니노프가 담긴 유산을 청중분들에게 잘 들려드리고 싶었다” “내 실력이 어느 수준에 와 있는지 확인하고 싶어 콩쿠르에 나왔을 뿐이다” “산에 들어가 피아노만 치고 싶지만 그렇게되면 수입이 없으니까 어쩔 수 없이 이렇게 살고 있다” “오로지 음악만을 위해 살아왔는데 아직 배울 게 많다”며 겸손하게 말한 것이죠.

 

이어진 기자들의 질문에 현장은 그대로 굳어버렸는데요. 다른 피아니스트들과 비교해 다소 늦은 7살에 어떻게 피아노를 시작하게 됐는지 묻는 질문에 “제 친구들은 모두 태권도 학원을 다녔는데 저는 아무것도 안하고 있어서 저도 뭔가 하고 싶어서 태권도, 수영, 피아노 중에 선택하다보니 아파트 상가에 있는 피아노 학원에 가게 됐어요” 신들린 듯 연주를 마친 18세 피아니스트의 의외의 답변에 현장은 일순간 웃음바다가 됐습니다.

 

또한 임윤찬은 자신의 음악에 영감을 준 인물이 누구냐는 질문에 뜻밖의 대답을 했는데요. 그는 베토벤이나 모차르트가 아니라 신라 시대의 가야금 연주자 ‘우륵’을 언급한 겁니다. 우륵은 왕산악, 박연과 더불어 한국사 3대 악성으로 추앙받는 인물입니다. 우륵의 연주는 애절하지만 슬프지 않다는 기록만 남아있을 뿐인데요.

“어떤 울분을 토한 다음에 감자기 나타나는 모든 것을 초월한 상태와 같은”느낌을 연주할 때 우륵의 가야금을 상상했다는 것입니다. 또한 기자들은 유럽의 유명 음악대학에서 더 전문적으로 공부하는게 어떠냐며 향후 해외 유학 계획을 물었는데요. 임윤찬은 “한국에 위대하신 선생님이 계신다, 선생님과 얘기를 해봐야 할 것 같다”고 정중한 거절의사를 전했습니다.

 

임윤찬이 언급한 ‘선생님’은 한예종 손민수 교수입니다. 손 교수는 임윤찬이 12살이었을 때부터 지금까지 쭉 지도해왔고 임윤찬은 늘 “선생님이 내게 가장 많이 영향을 끼쳤다”면서 손 교수에 대한 존경심을 나타내곤 합니다.

 

유학에 대해 고민조차 해보지 않은 순수 국내파이자 동네 상가 피아노학원에서 스스로 두각을 나타내 천재로 불리게 된 임윤찬은 해외 콩쿠르를 다 휩쓸어버린 지금도 유학의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는거죠. 올해 반 클라이번 콩쿠르의 심사위원이었던 프랑스 명피아니스트 장 에프람 바부제는 “임윤찬은 이미 18세 소년이 아니었다. 당장 뉴욕 카네기홀에 서도 될 만큼 젊은 거장의 반열에 올라 있었다.”라고 말했는데요.

 

그는 대회 초반부터 명백한 사실이 두 가지 있었다고 말했습니다. 피아니스트로서 임윤찬의 재능이 월등하다는 점과 훌륭한 스승을 두고 있다는 점이라고 말이죠. 임윤찬의 결선 무대를 함께했던 지휘자 마린 알솝은 이번 대회에서 심사위원장도 맡았습니다. 마린 알솝은 미국 유명 교향악단의 첫 여성 상임지휘자로 주목을 받았고, 볼티모어 심포니 오케스트라를 14년 동안 지휘한 데 이어, 지난해부터 빈 라디오 심포니 오케스트라를 이끌고 있는 세계적인 거장입니다.

 

이런 거장에게도 18세 임윤찬과 협연한 무대는 특별했습니다. 결선 첫 곡을 지휘할 때부터 밀려오는 감동을 애써 자제하며 지휘를 이어가던 그녀는 마지막 곡 연주를 마쳤을 때, 결국 눈물을 보이기도 했습니다. 그리고 역사적인 천재가 탄생한 순간을 직감한 듯 지그시 피아니스트를 바라봅니다. 무대는 끝이 났지만 지휘자는 무대를 내려가지 못하고 피아노에 기대 서서 머리까지 절레절레 흔듭니다. 그리고 그녀는 그 연주가 자신의 음악 인생에서 최고의 명장면이었다고 말했습니다.

 

주최 측 중계 해설자마저 중립적 태도를 잊고 눈물을 흘리며 극찬을 쏟아냈습니다. 이와 같이 폭발적인 반응에도 임윤찬은 그렇게 화제가 된 줄 몰랐다고 담담한 반응입니다. 임윤찬의 재능을 본 전 세계 외신들은 끝없는 찬사를 보내고 있습니다.

영국 매체 그라모폰은 “그의 지적인 기교와 리스트 양식에 대한 완전한 몰입은 진정 초월적이다.” “18살의 몸에 40살의 성숙함이 들어있다는 식상한 표현을 계속해서 되풀이하게 된다”라고 했고, 미국 매체 댈러스 모닝 뉴스는 “경이적인 기교에 더해 음악적 구조와 형태, 질감과 색감에 대한 정교한 감각까지 갖췄다”고 찬사를 쏟아냈습니다.

 

보통 연주자들은 악기가 손에 익지 않을까봐 노심초사하기 마련이지만, 그는 결선을 앞두고도 최상의 음색을 위해 악기를 바꾸는 강수를 두기도 했습니다. 필요로 하는 피아노가 어떤 것인지 본능적으로 깨닫고 마지막 순간에 교체한 그의 결단력에 세계 음악계는 더욱 놀란 반응인데요.

 

순수 국내파 피아니스트 임윤찬이 어린 나이에 세계적인 대회에서 우승을 하자, 한국 피아니스트들에 대한 세계적인 관심이 급증하고 있습니다. 이제는 한국이 음악 콩쿠르를 휩쓸고 있다며, ‘K클래식’이라는 말까지 나온거죠. 2002년부터 지금까지 최근 20년동안 쇼팽, 퀸 엘리자베스, 차이콥스키, 세계 3대 콩쿠르 입상자 중 한국인은 총 36명으로 러시아에 이어 2위입니다.

 

올해 상반기만해도 피아니스트 임윤찬 외에 바이올리니스트 양인모, 첼리스트 최하영 등, 한국인 연주자들이 국제음악콩쿠르에서 한국인 최초 1위 기록을 세우기도 했습니다. 이렇게 한류를 넘어 K클래식 분야에서까지 압도적으로 많은 수상자를 배출하고 있죠. 앞으로도 대한민국에서 재능있는 연주자들이 더 많이 나오길 바라며 오늘 내용은 여기서 마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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