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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탉이 울면 집안이 망한다”는 속담의 실제 사례 - 중국편
공자께서 말씀하시길 “무릇 군자라면 부엌을 멀리하라”고 했습니다. 이후 중국에선 오랫동안 ‘남주외, 여주내”로 남녀의 역할을 구분지었습니다. “남자는 밖에서 일하고, 여자는 안에서 살림하라”는 전형적인 유교 문화지요.
하지만 오늘날 공자가 태어난 산동성의 남자들은 부엍에서 가장 많이 밥을 하는 중국인 중 하나입니다. 얼마나 많은 남자가 퇴근 후 아내 대신 요리를 하는지에 관한 통계는 없습니다.
중국은 땅이 워낙 넓고, 인구도 많다 보니 당연히 지역에 따라 문화와 풍습이 무척 다릅니다. 중국 동북 3성인 흑룡강성, 길림성, 요녕성의 남자들은 절대 부엌에 안 가는 것으로 유명하죠. 척박한 환경 탓인지 마초들이 많다고 합니다.
돈이 많다고 소문난 중국 남부의 광동성 남자들도 집에서 요리를 잘 하지 않는다고 하고요.
반면, 상해와 우한에선 여자들이 부엌에 가지 않는 걸로 유명합니다. 시골보단 대도시일수록 남자들이 요리하는 가정이 많아 70퍼센트 정도는 될 것이란 얘기도 있지만 공식 통계는 아닙니다. 홍콩이나 대만도 비슷한 분위기이고요.
성별에 따른 하루 가사노동 평균 시간에 관한 통계는 있습니다. 2018년 조사에 의하면 중국의 여성들은 하루 166분, 남성은 110분 동안 집안일을 합니다. 얼핏 짧아 보일지 모르지만 중국 도시 여성의 90% 이상이 직장을 갖고 있으며, 아침고 점심 식사는 주로 밖에서 해결한다는 점을 감안해야 합니다.
어쨌든 저 통계에서 남성보다 여성의 가사 노동시간이 긴 것은 저녁밥 하기를 제외한 나머지, 즉 설거지, 아이 돌보기 등은 모두 여성들이 맡기 때문입니다. 밥을 하지 않을 뿐, 여자들이 그냥 노는 건 아니라는 얘기죠.
또 중국 남성의 가사 노동시간은 한국 남성의 45분에 비해 두 배 이상 깁니다. 그만큼 중국 남자가 한국 남자보다 요리를 포함해 훨씬 더 많이 집안일을 한다는 건 확실합니다.
이제 왜 중국 남자들이 공자의 오랜 가르침을 벗어나 직접 요리를 하게 되었는지 알아봅니다.
우선 이런 풍조가 정착된 건 그리 오래된 일이 아닙니다. 기본적으로 이건 여성들이 사회생활을 하면서 생긴 현상입니다. 전족으로 상징되는 중국 여성들의 낮은 사회적 지위에 변화가 온 것은 사실상 공산혁명 덕입니다. 당시 모택동은 “여성은 하늘의 반을 떠받친다”는 이 유명한 구호를 내세워 여성을 가정에서 끌어냈습니다.
하지만 구호만 요란했을 뿐, 실제적인 여성해방은 없었죠. 그러다가 1966년부터 10년간 중국은 문화대혁명이라는 대혼란기에 들어갑니다. 모택동의 권력욕에서 비롯된 문화대혁명은 다른 나라에선 유례를 찾기 힘든 대참사를 가져왔습니다.
“옛것은 모조리 숙청하라. 심지어 너희들의 부모들까지.” 라는 슬로건 하에 수없이 많은 전통문화가 파괴되고, 수없이 많은 사람들이 모욕을 당하며 죽었습니다.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중국인조차 최악의 흑역사라는 이 문화대혁명이 중국 여성의 지위를 획기적으로 높여 주었습니다.
모택동은 어린 학생들과 함께 여성들을 이 혁명의 전면에 내세웠습니다. 왜 그랬을까요?
전통적인 가부장제도와 남존여비는 타도해야 할 봉건 잔재의 전형이었기 때문입니다. 그러니 피해자들인 여성이 앞장서, 그 구습을 깨부수라는 선동한 것이죠. 졸지에 기득권이 된 남성들은 남녀평등에 어긋나는 행동이나 말을 할 경우, 봉건적인 가치관을 가졌다 하여 수용소에 보내졌습니다.
사실 이게 무서워 남자들이 조금씩 밥을 하게 되었죠. 그리고 이 여성들은 10년의 문화대혁명이 끝난 후, 집단 농장과 산업 현장으로 내몰렸습니다. 남녀평등으로 포장돼 중국 여성들의 사회생활이 이렇게 시작되었죠.
중국의 문화대혁명은 경제에도 악영향을 끼쳐, 중국을 30년 이상 퇴보시켰습니다. 이후 실권을 잡은 등소평이 경제를 살리기 위해 1980년대에 개혁개방 정책을 펴게 되죠. 그래서 심천, 상해, 청도, 천진 등, 해안가의 도시들이 발전하게 됩니다.
문제는 국가의 모든 자원을 공업 도시 개발에 집중하는 바람에 농촌 경제가 망가졌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일자리를 찾아 농사를 짓던 사람들이 대거 도시로 이주하게 되죠. 이 사람들이 농민공입니다.
저임금에 시달렸던 농민공들은 대부분 도시 빈민이 되었죠. 도저히 혼자 벌어서는 아이들을 교육시키는 것도, 고향의 노부모님들에게 돈을 보내는 것도 불가능했습니다. 생계를 위해 이제 아내가 직업을 갖는 것은 선택이 아니라 필수가 되었습니다.
원래 농촌 출신 남자들은 오랜 전통의 영향으로 무척 보수적이죠. 밥을 하기는 커녕, 집에서 청소조차 하지 않는 사람들이었습니다. 하지만 경제적인 압박 속에서 남자들은 타협하기 시작했습니다. 아내가 일하러 나가는 대신 가사를 분담하기로 한 것죠. 이 중엔 저녁밥 하기도 포함되어 있고요.
현실적인 삶의 무게 탓이기는 하지만 어쨌든 이렇게 해서 중국 남자들인 부엌에 드나드는 것은 점차 자연스러워져 갔습니다. 그리고 조금씩 여러 계층과 지역으로 확산되었죠.
이렇게 분위기가 익어가는 가운데 극단적인 성비 불균형이 더 많은 남자가 집에서 요리를 할 수밖에 없도록 만들었습니다. 중국은 개혁개방 정책과 거의 동시에 ‘1가구 1자녀’ 정책도 밀어붙였습니다. 한마디로 “사람이 너무 많아 먹고 살기 힘드니, 인구증가라도 막자”는 것이죠.
하지만 중국의 올내 남아선호사상을 무시한 이 인위적ㅇ니 정책은 생각지 못한 부작용을 낳았습니다. 딸일 경우 낙태를 하거나, 내다 버리는 일이 비일비재했고, 심지어는 죽이기도 했죠. 이렇게 되자 살아 남은 여성들은 아주 귀하신 몸이 되었습니다. 엄청난 남초현상이 만들어진 것이죠.
남녀 성비는 보통 여아 100명당 남아 105명의 비율일 때, 가장 이상적인 것으로 봅니다. 중국은 어땠을까요?
2007년의 중국 통계를 보면 남녀출생비율이 여아 100며당 남아 120명입니다. 2019년의 15세 이상 마흔남녀만을 때어 놓고 보면 이 문제가 얼마나 심각한지 더욱 실감하게 됩니다. 무려 여성 100명당 남성 153명입니다. 짝을 지으려면 여성 100명을 놓고 남성 153명이 경쟁해야 하는 거죠.
그래서 중국에선 남자가 결혼하려면 지참금을 내야 합니다. 대도시는 덜하지만 중소 도시나 농촌에선 흔한 일이죠. 이뿐 아니라 집과 자동차를 포함한, 소위 빅3 를 요구받기도 합니다.
돈이 없어 결혼하지 못한 남자를 중국에선 ‘셩난’이라고 부릅니다. ‘남겨진 남자’라는 뜻이지요. 이 남겨진 남자가 2019년 기준으로 4천400만 명입니다. 거의 우리나라 인구만큼이죠.
하는 김에 북한 성비 얘기도 해보죠. 최근 자료에 의하면 북한은 중국과 반대로 여성 100명당 남성이 80명뿐입니다. 아마 세계에서 가장 낮은 비율일 것입니다. 6.25전쟁의 영향도 남아 있을 테고 군복무 10년 같은 남자로서 살기 힘든 환경 때문이기도 할 것입니다. 북한에선 중국과 반대로 남자를 두고 여자들이 경쟁해야 하니, 가정에서 남자들의 발언권이 센 경우가 상당히 많죠.
다시 본론으로 돌아와, 적은 여성을 두고 치열한 경쟁을 해야 하는 중국 남자들은 매력 발산을 위해 뭐라도 해야 하는 처지가 되었습니다. 물론 남보다 더 많은 지참금, 더 좋은 차, 더 큰 집으로 여자들을 유혹하면 좋겠지만, 많은 남자에겐 불가능한 얘기죠. 그래서 등장한 게 요리입니다.
중국 음식이 기름진 이유처럼 충국에선 물이 좋지 않아 기름에 튀기는 음식이 발전했죠. 그런데 중국 요리의 필수 조리 도구인 웍의 무게가 보통 2~3kg은 나가는 데다, 늘 거센 불을 다뤄야 하니 요리는 무척 힘든 일이죠. 그러니 식사를 맡아주는, 게다가 요리까지 잘하는 남자라면 결혼하기에 충분히 매력적인 조건이 된 거지요.
농민공 문제가 요리를 기혼의 남자층에서 퍼뜨렸다면 극단적인 남초 현상은 요리를 결혼 적령기의 젊은 남성층에게까지 확대시킨 계기가 되었습니다. 그래서 오늘날 중국에선 우리와 달리, 집밥하면 엄마가 해준 밥이 아니라, 아빠가 해준 밥이 되었죠.
중국 남성의 요리는 앞에서 본 것처럼 본질적인 가치 변화가 아니라 현실적인 압박에 의한 것이었습니다. 상황이 바뀌면 중국의 전통 사회인 대남자주의로 언제든 다시 돌아갈 여지가 크다는 뜻입니다.
중국 경제의 자본주의가 심화되면서 가정 내에서 남자에 대한 의존도가 이미 커지고 있다는 분석도 있습니다. 요리를 누가 하느냐, 이 변화를 보면, 중국사회의 여러 복잡 미묘한 변화도 함께 감지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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