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외기 폭발 뒤 증발한 외국인 근로자 7명 ‘법‧안전 불신’이 드러낸 한국 공공질서의 균열
실외기 폭발 뒤 증발한 외국인 근로자 7명 —
‘법‧안전 불신’이 드러낸 한국 공공질서의 균열
1. 사고 브리핑: 집 한가운데서 ‘펑’…그리고 모두 사라졌다
6월 25일 저녁 7시쯤 전북 익산시 부송동의 한 아파트 4층에서 에어컨 실외기가 갑자기 폭발했다. 파편이 튀어 이웃 세대 창문이 깨지고 주차 차량까지 파손됐지만, 다행히 인명 피해는 없었다. 문제는 그 집에 살던 외국인 근로자 7명이 소방대가 도착하기 직전 자취를 감췄다는 점이다. 경찰·소방은 밤새 수색했으나 흔적조차 찾지 못했고, 병원 이송 기록도 없었다.(wikitree.co.kr, news.nate.com, biz.chosun.com)
2. 왜 그들은 한마디도 남기지 않고 사라졌을까?
- 사법 시스템에 대한 불신
*한국에서 사고가 나면 “책임자부터 잡는다”*는 인식이 강하다. 실외기 관리 의무, 주거 안전 규정 위반 등이 형사 사건으로 번질 수 있다는 걸 잘 아는 외국인 노동자들은 **“일단 도망가 보자”**를 선택했을 가능성이 크다. - 체류 자격 불안
불법 체류 단속이 강화된 뒤로, 사고 현장 출동을 ‘단속 기회’로 활용한다는 소문이 이주노동자 커뮤니티에 퍼져 있다. **“병원에 가면 곧바로 출입국 관리소로 인계된다”**는 두려움이 응급 치료보다 우선한다. - 언어 장벽·보험 공백
사고 수습 과정에서 통역과 권리 안내가 제때 제공되지 않으면, 체류비자·산재보험 유무를 설명하기도 전에 **‘과실 책임자’**가 되는 경우가 허다하다. 결국 한국어가 약하면 침묵과 이탈이 유일한 방어 수단이 된다.
3. 공공질서가 흔들리면 투자 매력도 흔들린다
리스크 채널구체 현상잠재적 경제 충격
노동 공급 | 외국인 근로자 기피 → 3D 업종 인력난 심화 | 제조‧건설 원가 5~7%↑ |
법적 예측 가능성 | 경미한 안전사고도 ‘형사처벌’ 우려 확산 | 외국 기업 HR‧보험 비용 증가 |
치안‧안전 프리미엄 | “사고 나면 달아난다”는 뉴스 반복 | 국가리스크 프리미엄 가점 상실 |
지역 경기 | 산업단지 밀집 전북‧경기권 이주노동자 이탈 | 중소기업 가동률·지역 소비 둔화 |
한국 제조업의 ‘숨은 S급 인력’이 바로 이주노동자다. 그런데 “사고 = 형사처벌 + 추방” 공포가 굳어지면, 동남아·중앙아시아 노동시장은 일본·대만으로 눈을 돌릴 가능성이 높다. 장기적으로는 생산성 하락 → 수출 가격 경쟁력 약화 → 외국인 직접투자(FDI) 감소의 악순환까지 이어질 수 있다.
4. ‘불신의 루프’를 끊으려면
- 사고 신고자‧참여자 체류 보장
응급 상황에서 119·112 신고 시, 출입국 단속을 일정 기간 면제하고 치료·조사 과정을 다국어 안내서로 제공해야 한다. - 경미 과실엔 ‘행정벌 우선’ 원칙 도입
중대재해가 아닌 이상 형사사건 → 과태료·시정명령 순으로 완충 장치를 두어야 한다. 과잉 형사화는 피해 복구에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 - 공공‧민간 합동 안전 점검 지원
다가구 주택‧기숙사 밀집 지역을 대상으로 전기·가스·소방 무상 점검 바우처를 지급, 예방 단계부터 안전망을 촘촘히 해야 한다. - 책임 소재 투명화 & 통역 의무화
사고 조사 초기부터 CCTV·현장 감식 결과를 당사자·노무사·통역인에게 동시에 공개, ‘누구 탓인지 모르는’ 공포를 줄여야 한다.
5. 결론: 질서와 신뢰의 가격표는 생각보다 비싸다
에어컨 실외기 하나가 터지는 데서 끝나지 않는다.
그 순간 7명의 노동력, 한 아파트의 안전, 지역 경제의 신뢰가 함께 증발했다.
*“한국은 사고 나면 바로 범죄자 된다”*는 메시지가 세계 이주노동자 커뮤니티에 퍼지는 속도는 5G보다 빠르다.
투자자는 법적 예측 가능성과 사회적 신뢰 자본을 보고 돈을 움직인다.
지금처럼 *훈육은 ‘폭력’·안전 제지는 ‘과잉 개입’*이 되는 사회라면,
한국은 머지않아 **“기술만 있고 사람은 없는 공장”**이라는 오명을 쓸지도 모른다.
안전은 규제보다 신뢰에서 시작된다.
외국인도, 내국인도 “사고가 나도 제때 도움받을 수 있다”는 믿음이 있어야
대한민국은 다시 ‘일하기 좋은 나라’, ‘투자할 가치가 있는 시장’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