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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인이 이해하지 못하는 독일식 교육법

독일의 시골 마을에서 두 아이를 키우고 있다. 이곳에서 나는 한국의 어른들이 잃어버린 것과 아이들이 놓치고 있는 것을 종종 발견한다.

 

독일의 놀이

한국에 살다가 가족들과 독일에 정착한 나는 독일에 살면 뭐가 좋냐는 질문을 많이 받는다. 가장 좋은 건 노는 날이 많다는 점이다. 한국에서는 많은 것들을 빨리빨리 해치워야 했는데, 이곳에선 자기 시간이 많다 보니, 삶이 전체적으로 건강해지는 느낌이다.

 

특히 이곳에서는 아이들의 놀이를 중요시한다. 아이들에게 놀이가 얼마나 중요한지는 이미 수많은 전문가들이 마르고 닳도록 강조했다. 놀이를 통해 아이들은 규칙과 승패, 페어플레이처럼 세상을 살 때 꼭 필요한 개념들을 배운다.

 

또한 자신의 주장을 펼치는 법과 친구 사귀는 법을 연습한다. 수없이 지고, 죽었다가 살아나며 항상 내가 승자가 될 수는 없다는 인생의 담백한 진리를 배운다. 이런 경험을 충분히 해보지 않은 아이들이 세상에 나가서 패배하고 좌절하면 그것을 무난히 극복할 수 있을까?

 

아이들을 놀게 하기 위해 꼭 키즈카페나 잘 짜여진 놀이 프로그램이 필요한 것은 아니다. 놀이터가 있는 초등학교와 공터에 재활용품을 잔뜩 갖다 놓은 초등학교를 비교했더니, 후자 쪽의 아이들이 더 놀이 시간도 길고 활동성과 창의력도 뛰어났다고 한다.

 

놀이를 위해서 꼭 큰돈을 쓰거나 설비를 근사하게 갖추지 않아도 된다는 말이다. 아이들은 그저 놀 공간과 시간만 주면 알아서 잘 논다. 창의력을 키우는 건 창의력 학원이 아니라, 극도의 심심함이다.

 

독일에 와서 처음 ‘파싱’이라는 축제에 갔을 때, 정말 좋았던 것은 백발의 할머니와 할아버지들도 코스튬을 차려입고 춤을 추며 즐기는 모습이었다. 어른들이 즐기지 못하는 사회에서 아이들이 편하게 놀 수 있을 리 없다. 그러니 어른과 아이가 함께 마음껏 놀 수 있으면 좋겠다.

독일의 성교육

독일의 미취학 아동들이 보는 아기의 탄생과 관련된 그림책을 열어 봤다가 깜짝 놀라서 덮은 적이 있다. 체모를 비롯한 성인의 벗은 몸이 적나라게 표현되어 있었고, 수정 과정 역시, 정자와 난자가 만나는 수준이 아니라 사실적인 성관계의 모습을 보여주었다.

 

독일은 ‘만 6세부터 의무적으로 성교육을 받아야 한다’는 지침과 ‘성은 인권이며, 성적 자기 결정권을 존중하게 하라’는 성교육의 명확한 목표를 제시한다. 초등학교 저학년 때는 성에 관련한 기초 상식을 배우고, 일상 속의 아동 성폭력에 대비하는 교육을 받는다.

 

6~7학년이 되면 성병과 피임법을 구체적으로 배운다. 여기서 눈여겨볼 점은 학교 선생님이 아닌 성교육 전문가들이 나선다는 점이다. 아이들이 선생님에게 성에 대한 고민을 자유롭게 말할 리가 없기 때문이다.

 

독일 성교육은 아이들이 편하게 말을 꺼낼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을 가장 중요한 요소로 꼽는다. “아직 몰라도 돼.” “커서 뭐가 되려고 벌써부터 이래?” 궁금해서 물어봤는데 이런 대답을 듣는다면, 아이들은 수치심을 느껴 죄의식을 품거나 몰래 알아보려다가 왜곡된 정보의 바다에 발을 담그게 된다.

 

최근 우리나라 고등학교 기술, 가정 수업시간에 콘돔 끼우는 법을 교육하려던 교사가 학부모들의 항의에 의해 수업을 취소했다는 기사를 읽었다. 아이들이 꼭 알아야 하는 건 제대로 알려줘야 한다. 성 문제도 정확하게 알려주고 책임감을 강조하는 편이 백번 낫다.

 

성교육은 삶이 다양하다는 것을 가르치는 것, 생명과 인권의 소중함을 깨우치게 하는 것이다. 좋은 성교육만으로도 열린 사회를 만들 수 있다고 생각하는 독일의 태도에서 나는 조그만 희망을 본다.

경제 관념

우리나라는 돈이 대접받는 사회다. 부자가 되고 싶다는 아이들에게 이유를 물어보면, 대부분 이렇게 대답한다. 돈 많으면 하고 싶은 거 다 할 수 있잖아요.

우리는 아이들과 돈이라는 개념에 대해 생각을 나눌 기회를 충분히 가지고 있을까?

 

아이들을 사회로 내보내기 전에 경제관념을 심어줄 수 있는 가장 일상적인 방법은 ‘용돈’을 주는 것이다. 용돈을 쓰며 아이들은 소비와 경영의 경험을 쌓을 수 있고, 소비하는 행위를 통해 취향을 만들 수 있다. 내 돈을 타인에게 쓰며 행복해지는 경험을 함으로써, 관대함을 연습할 수도 있다. 아이들은 자라며 근사한 물건들에 혹하게 될 것이다.

 

하지만 내가 두른 것의 가치보다, 내 안에 든 것을 신경 쓰는 아이로 자랐으면 좋겠다. 부모가 더 넓게 시선을 확장해 나가며, 아이의 나무만 보게 되지 않기를, ‘아이라는 숲’을 울창하게 키울 수 있기를 바란다.

 

아이를 성장시키는 12가지 철학 수업 - 아이라는 숲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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